잠이 올 정도로 지루하네요.
옆자리에 앉은 독일 기자는 연신 하품을 했다. 이미 시선은 그라운드가 아닌 누군가와의 채팅창을 향해 있었다. 프랑스와 나이지리아의 16강전이 열린 1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의 마네 가힌샤 국립주경기장. 6만여 명의 관중들은 프랑스와 나이지리아가 모두 공격 축구를 구사하는 팀이라 화끈한 골 잔치가 벌어질 것이라 기대했다.
기대와 달리 양 팀은 지루한 공방전을 펼쳤다. 기대하던 골은 후반전이 끝나가도록 나오지 않았다. 어느 독일 기자는 내가 본 이번 월드컵 경기 중 가장 지루한 경기라고 평가했다. 프랑스가 2-0으로 힘겹게 이겼지만 경기 중 자리를 뜨는 관중들이 나왔을 정도였다.
이런 지루함 속에서도 눈에 띄는 선수가 한 명 있었다. 프랑스의 미드필더 마티외 발뷔에나는 다른 선수들에 비해 한참이나 작은 키(166cm)지만 빠른 속도로 장신 선수들 사이를 헤집고 다니면서 프랑스의 공격을 이끌었다. 자전거를 탄 것처럼 빠르다고 해서 붙여진 작은 자전거라는 별명에 어울리는 활약이었다. 그는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긴 10.5km를 뛰어다녔다.
프랑스가 시도한 슈팅(15회)과 골도 대부분 그로부터 시작됐다. 후반 34분 폴 포그바의 선제골도 그의 자로 잰 듯한 크로스에 힘입었다. 그는 프랑스 선수 중에서 가장 많은 50회의 패스를 성공시켰다.
이날 최우수선수는 선제골의 주인공인 포그바가 차지했다. 하지만 여러 매체들이 발뷔에나의 활약이 가장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그에게 양 팀 통틀어 가장 높은 평점 8점(10점 만점)을 주며 열심히 뛰어다니며 동료들에게 공을 배달해 기회를 만들어줬다고 분석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도 그는 인기를 독차지했다. 인터뷰를 하는 중에도 많은 선수들이 그에게 수고했다고 말을 건네거나 머리를 쓰다듬고 갔다.
그는 작은 키로 인해 좌절을 겪기도 했다. 보르도의 18세 이하 팀에서는 키가 작아 프로선수로 발전할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방출됐다. 하지만 축구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은 그는 5부 리그를 전전하며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생활이 어려워 스포츠 용품점을 운영하기도 했다. 뛰어난 드리블 실력과 빠른 돌파로 주목을 받은 그는 2006년 꿈에도 그리던 1부 리그(올랭피크 마르세유)에 입성했다.
그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을 앞두고 프랑스 대표팀에 발탁됐다. 생애 첫 월드컵 무대는 실망 그 자체였다. 한 경기 교체 출전에 팀마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4년 뒤인 브라질 월드컵에서 그는 프랑스 대표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떠올랐다. 스위스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는 데뷔골도 쏘아 올렸다.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감독은 발뷔에나는 프랑스의 중심이다. 그의 활약 정도에 따라 우승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브라질리아=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