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도 교황, 마지막 명동미사 메시지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도 교황, 마지막 명동미사 메시지

Posted August. 19, 2014 05:26,   

ENGLISH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까지도 용서하라.

18일 4박 5일의 짧지만 긴 여운의 여정을 마친 프란치스코 교황이 우리 사회에 던진 일관된 메시지는 하나였다. 그것은 용서였다.

교황은 이날 서울 명동대성당에서 열린 평화와 화해를 위한 미사 강론을 통해 만일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들을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우리가 어떻게 평화와 화해를 위하여 정직한 기도를 바칠 수 있겠나라며 예수님께서는 용서야말로 화해로 이르게 하는 문임을 믿으라고 우리에게 요청하신다고 말했다. 교황은 방한 첫날인 14일 비공개로 서울 교황청대사관에서 진행된 개인미사 강론에서도 기준 없이, 잣대로 재는 법 없이 용서해 주시는 그 용서의 마음, 그리고 그 은총을 청한다고 했다.

교황이 주례로 집전한 이 미사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7명을 비롯해 새터민, 납북자, 해군기지와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을 벌여온 제주 강정마을과 밀양 주민들, 용산 참사 피해자, 쌍용차 해고 노동자, 장애인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전국 가톨릭 16개 교구 성당 사무장 및 사무원 등 교회에서 종사하는 직원 700여 명도 초청돼 성당 야외의 성모동산에서 스크린을 통해 함께 미사를 올렸다.

초청 대상자는 아니지만 출국하는 교황의 마지막 모습을 보기 위해 빗길에 성당을 찾은 시민들도 1500여 명(경찰 추산)이나 됐다. 퍼레이드용 오픈카가 아니어서 교황이 내리거나 신자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지만 교황은 오른쪽 창밖으로 길게 손을 뻗어 자신을 기다린 신자들에게 일일이 손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국내 종교지도자들과 만남을 가진 교황은 사제단과 함께 미사를 위해 제대를 향해 걸어가다 중앙 맨 앞자리 휠체어에 앉아 있는 할머니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축복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89)가 교황에게 나비 배지를 선물하자 통역을 맡은 정제천 신부가 교황의 제의()에 직접 달아줬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강론 끝에 모든 한국인이 같은 형제자매이고 한 가정의 구성원들이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더욱더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우리 함께 기도하자며 우리 사회와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위한 노력을 다시 촉구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5일 동안 교황님과 함께하여 행복했다며 교황님의 기도에 힘입어 마음과 힘을 다하여 우리 사회와 세상의 평화와 화해를 위하여 더욱더 기도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미사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미사 뒤 교황에게 한반도 평화와 화해를 위한 메시지를 전해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고 말했고, 교황은 한반도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는 그날을 위해 기도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답했다.

교황은 이날 낮 12시 50분경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간단한 환송행사를 가진 뒤 대한항공 편으로 출국했다. 교황은 이어 오후 5시경 공식 트위터를 통해 한국어와 영어로 예수님이 지신 십자가의 힘을 믿으십시오!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화해의 은총을 받아 이웃과 나누시기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A2345면에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