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November. 05, 2014 06:29,
2011년 4월 서울 강북구의 한 카페. 주부 윤모 씨(52여)는 무도회장에서 만나 알고 지내던 사업가 이모 씨(48)에게 사업거리를 소개받았다. 미국에서 수입한 폐수정화제를 팔아보자는 이야기였다. 직접 붉은색 물에 흰색가루로 된 제품을 섞어가며 성능을 설명하는 이 씨의 말에 윤 씨는 귀가 솔깃해졌다. 평소 고급 식사를 대접하는 것은 물론이고 꽃 선물까지 해가며 환심을 사온 그였기에 의심을 살 여지가 없었다. 윤 씨는 20상자를 사겠다며 제품을 받지도 않은 채 5만 원권으로 5200만 원을 이 씨에게 건넸다.
이 씨의 말은 거짓이었다. 그는 사업가도 아니었고 미국산 폐수정화제는 있지도 않았다. 눈앞에서 보여준 정화 성능 실험은 요오드용액을 탄 물에 표백제를 섞어 화학반응을 일으킨 것이었다. 윤 씨에게 소개해준 수입상, 공장장도 모두 이 씨 일당들이었다. 이들은 2009년 8월부터 2년간 같은 수법으로 전국 무도회장에서 만난 50, 60대 여성 60명에게 18억1200만 원을 가로챘다.
2011년 9월 일당이 검거된 뒤에도 이 씨는 3년 2개월을 더 도망다녔다. 추적을 피하기 위해 지인 명의로 된 휴대전화를 사용했고 친형 명의로 원룸을 계약하거나 병원 진료를 받았다. 경찰은 이 씨 형 이름으로 된 도시가스 서비스 요청 기록과 폐쇄회로(CC)TV 화면 등을 토대로 광주 북구에 숨어있던 이 씨를 지난달 27일 검거했다. 서울 강북경찰서는 이 씨를 사기혐의로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