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인사 검증이 시작됐다. 그가 국회의 임명 동의를 받아 국무총리가 되면 경제부총리, 사회부총리와 함께 총리단 3명이 모두 현역 의원이자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지낸 인사로 구성된다. 입법 사법 행정 3권의 분립을 기본 취지로 하고 있는 헌법 정신에 맞는 일인지 철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선택한 것은 국회의원 출신이어서 국회의 검증 절차가 수월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 검증의 칼날을 세워야 할 국회의원들이 같은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팔이 안으로 굽는 경우가 많았다. 이 정부 들어 김용준 안대희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다수의 고위 공직 후보자들이 검증 과정에서 탈락해 박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이번에 다시 총리 후보가 낙마한다면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의원직을 겸임하고 있는 황우여 교육부총리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발탁도 비슷한 이유였을 것이다. 사퇴한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후임으로도 여당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국회의원의 총리나 장관 겸직은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중심제에서는 원칙적으로 맞지 않는다. 집권 여당 의원들은 정권을 창출한 주체로서 정권의 성공을 위해 정부와 손발을 맞춰야 하지만 동시에 입법부인 국회의 일원이기도 하다. 국회는 입법과 함께 행정부에 대한 견제의 역할도 해내야 한다. 여당의 당 대표와 원내대표까지 지낸 인사들이 의원 배지를 그대로 단 채 입각해 행정을 책임지는 자리에 앉는다면 과연 여당이 견제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국회의원이 총리나 장관을 겸임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관례라는 이유로 그냥 넘어갔다. 그러나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의원 특권 내려놓기 경쟁을 벌이면서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를 함께 약속했다. 새누리당은 국무총리와 장관 등 국무위원을 포함해 공익 목적의 직업 외에는 겸직을 못 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작년 7월 국회법을 개정하면서 총리 또는 국무위원직 이외에 다른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고쳐버렸다. 야당 의원들도 집권당이 됐을 경우 같은 특혜를 누릴 수 있어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국회의원을 겸직하는 각료는 봉급은 둘 중 높은 어느 한쪽을 택해 받지만, 의원 보좌진과 사무실 등 의원 시절 누리던 혜택은 모두 그대로 제공받는다. 연간 수억 원의 세금이 낭비된다. 훗날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거나 경력 쌓기용으로 행정을 이용할 수도, 특정 이익집단의 압력에 쉽게 휘둘릴 수도 있다. 지역구 관리나 선거에 신경을 쓴다면 각료의 역할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내년 5월에 총선이 있으므로 각료직을 멋대로 조기 사퇴할 가능성이 크다.
잘못된 관행은 늦더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총리로 입각해 박 대통령의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도우려면 자신에 대한 청문회가 열리기 전에 스스로 국회의원직에서 사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