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동교동계의 복잡한 429 선택

Posted April. 04, 2015 07:24,   

ENGLISH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직계 사단이었던 동교동계는 새정치민주연합의 28전당대회에서 당권대권 분리론을 내세운 박지원 의원을 도왔다. 이희호 여사까지 나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박 의원은 권리당원과 일반당원의 표심에선 이겼지만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표에게 져 고배를 마셨다. 그 후 동교동계에선 쌓인 감정들이 터져 나왔다. 친노(친노무현)들이 매번 여론조사로 장난을 쳐 즈그들끼리 다 해먹으려다 당을 망친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어준 새천년민주당을 깨고 대북 송금 특검으로 남북 관계를 망친 사람들 아니냐.

지난달 31일 동교동계가 DJ 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 이훈평 전 의원이 429 재보선에서 권노갑 새정치연합 고문이 새정치연합과 문 대표를 지원하는 것에 찬성하는 사람은 손들어 보라고 했다. 60여 명 가운데 한 명도 없었다. 지원하지 말자엔 전원이 손을 들었다. 권 고문은 새정치연합에서 탈당해 429 재보선에 출마한 정동영 천정배 전 의원을 비난하며 새정치연합을 돕겠다고 밝혔지만 동교동계 동지들은 생각이 이렇게 다르다.

권 고문은 5일 원로와의 대화 형식으로 문 대표와 자리를 함께해 지원에 나설 움직임이다. 동교동계로선 DJ당을 깨고 친노의 열린우리당 창당에 앞장섰던 정동영 천정배 전 의원의 손을 들어줘야 할 이유도 없다. 특히 권 고문의 지원으로 성장했으면서 DJ 면전에서 권 고문의 정계 은퇴를 요구했던 정 전 의원을 권 고문이 용서했다고는 하나 속내는 여전히 복잡할 것이다.

문 대표와 새정치연합이 이번 재보선에서 승리할 경우 즈그들이 잘나서 이겼다고 떠들고, 동교동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패배할 경우에는 이젠 동교동계 약발도 사라졌다는 소리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것이 동교동계 인사들의 시각이다. 문 대표가 이러한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진정성과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동교동계가 과연 지금처럼 반노(반노무현)를 기치로 일사불란한 대오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