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휴대전화 수능방해 3000만원 내라고?

Posted April. 06, 2015 07:14,   

ENGLISH

서울시교육청이 대학수학능력시험 도중 휴대전화 진동이 울려 학생의 시험을 방해한 수능 감독교사를 징계할 예정이다. 감봉 3개월 조치가 유력한데 피해를 본 학생은 잃어버린 1년까지 책임져라라며 수능을 준비하는 기간 동안 재수 학원비, 교재비까지 시교육청과 해당 교사가 물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민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수능 감독책임이 있는 시교육청과 감독교사가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수능일이었던 11월 13일. 이날 네 번째 수능을 보고 있던 최모 씨(21)는 3교시 영어듣기평가 7번 문항을 푸는 도중 휴대전화 진동소리를 들었다. 당시 시험감독관인 교사 박모 씨가 벗어놓은 점퍼에서 난 소리다. 이후 박 씨는 점퍼를 교탁 아래에 넣었지만 진동은 독해문제를 푸는 시간까지 약 5회, 20초씩 이어졌다. 최 씨는 이 때문에 문제풀이에 방해를 받았다라며 시험이 끝난 뒤 교사에게 항의했다.

이에 박 씨는 학생 휴대전화일 것이라고 말했으나 최 씨가 고사본부에 요청해 같은 시험장 수험생 가방을 전부 금속탐지기로 검사하자 뒤늦게 자신의 휴대전화라고 인정했다. 최 씨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이후 시험까지 망쳤다라고 주장했다.

수능이 끝난 후 최 씨는 망친 인생을 책임져라라고 말했고 박 씨는 책임질 일이 있으면 그렇게 하겠다라고 대답했다. 이후 나흘간 책임 방법을 두고 실랑이가 벌어졌다.

박 씨는 수능 고사실 책임자로서 처벌은 받겠다라고 입장을 굳혔다. 시교육청과 고사본부 차원의 공식적인 징계만 인정하겠다는 것. 반면 최 씨는 공식적인 징계와 사과는 물론이고 재수 학원비와 교재비, 교통비 등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최 씨가 주장한 보상 규모는 약 3000만 원.

수능 나흘 뒤 최 씨는 수험생이 많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투신 자살을 예고하는 글을 올리고, 예정일인 11월 30일에는 휴대전화가 꺼져 있어 경찰이 수색에 나서는 소동도 있었다. 소동 이후에도 최 씨는 시교육청과 박 씨가 근무하는 고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처벌과 보상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결국 시교육청은 지난달 27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당 교사에 대해 감봉 3개월 처분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결재를 앞둔 가운데 감봉 3개월을 확정하더라도 최 씨는 수능감독 책임이 있는 시교육청과 박 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벌여 보상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