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국회의원 금배지를 자기 사업에 이용한 정경유착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는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2013년 경남기업 구조조정 시기에 금융당국과 은행들을 회유하고 압박했다. 2012년 정무위 회의에서는 김석동 당시 금융위원장에게 건설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을 노골적으로 요구해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건설사 대주주처럼 행동했다. 국회에는 기업을 소유하거나 직접 연관된 의원들이 많다. 이들 가운데 성 회장 같은 사람이 적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물류와 건설 사업을 주로 벌이는 삼일그룹의 실질적 오너이면서도 자신의 회사와 직접 관련된 국회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의 간사까지 맡았다. 2012년까지 이스타항공 회장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은 의정 활동에서 새만금개발과 군산공항을 지원하라는 요구가 지역구(전북 전주 완산을)와 관련된 발언보다도 많았다. 이스타항공은 본사가 군산이고 새만금개발업체를 계열사로 두고 있다.
국회의원 같은 공직자가 직위를 기업 이익에 활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주식 백지신탁제도를 만들었으나 있으나마나다. 공직자윤리법에는 공직자가 직무 관련 주식을 3000만 원 이상 보유한 경우 백지 신탁하고 신탁 후 60일 안에 주식을 처분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지금도 백지 신탁이 결정된 의원 중 7명은 여전히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이 팔리지 않으면 보유기간을 무제한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2년 19대 국회 출범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백지 신탁한 주식의 매각 실적은 0건이다.
성 회장처럼 소송을 내면서 버티는 꼼수도 쓴다. 올 3월에는 공직자들의 부패를 막기 위한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정작 공직자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자신이나 가족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을 막는 이해충돌 방지 규정이 빠지면서 반쪽짜리 법안이 됐다.
미국 정치학자 마이클 존스턴은 한국의 부패 유형을 엘리트 카르텔형이라고 분류했다. 사회 고위층인 정치인 관료 청와대 군 등이 학연 지연 네트워크를 형성해 권력을 유지하고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부패 카르텔의 정점에 있는 게 정경()유착이다. 박근혜 정부는 부패와의 전쟁을 외치다 부메랑을 맞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스스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심판에 나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