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그의 발끝에서 골은 터지지 않았다. 그러나 국가대표팀에서 첫 메이저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릴 기회를 잡은 그는 만족한 표정이었다.
리오넬 메시(28)가 국가대표 징크스 탈출의 기회를 잡았다. 아르헨티나는 1일 칠레 콘셉시온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2015 코파아메리카(남미축구선수권) 준결승에서 6-1 대승을 거뒀다. 메시는 이날 득점은 못했지만 3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경기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됐다. 메시는 파라과이 수비가 자신에게 집중되자 무리한 슈팅 대신 정확한 패스와 프리킥 등으로 동료들의 골을 도왔다.
국제축구연맹(FIFA) 발롱도르(올해의 선수상)를 4차례나 수상하는 등 축구의 신으로 불리는 메시지만 국가대표팀에만 오면 작아졌다. 2005년 A매치에 데뷔한 메시는 이번 대회 자메이카와의 조별리그 경기에서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에 가입했다. 하지만 10년간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참가한 월드컵 등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은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소속팀 바르셀로나(스페인)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등을 이끌던 메시의 모습을 대표팀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 때는 메시가 경기 전 그라운드에서 구토를 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스페인 일간지 마르카는 정신과 전문의의 말을 인용해 메시는 무의식적 낙담 증상을 보인 것으로 극심한 긴장감과 불안감으로 구토 증상이 발생한 것이다라고 보도했다. 과거의 실패 경험과 주위의 기대에 대한 부담으로 신체적 부작용까지 일어났다는 것이다. 아르헨티나의 준우승으로 끝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대회 최우수선수로 선정된 그는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대회에서 메시는 필드골을 터뜨리지 못하는 등 여전히 득점에서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팀 승리에 목표를 둔 그는 부지런히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공격수로 최전방에만 머물지 않고 중앙선까지 내려와 경기를 조율하고, 자신보다 골을 넣기 쉬운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침투 패스를 연결하는 등 사령관 역할을 하고 있다.
헤라르도 마르티노 아르헨티나 감독은 메시의 패스는 반드시 득점으로 연결된다. 경기 흐름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메시는 (골을 넣지 못해도) 행복한 상태다라고 전했다.
아르헨티나는 5일 주최국인 칠레와 결승에서 맞붙는다. 메시가 1993년 우승 이후 22년 만에 아르헨티나를 정상에 올려놓으며 자신의 숙원인 A매치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릴지 주목된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