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의 간판스타였던 이형택(39)은 코치로 참가한 올해 윔블던에서 로저 페데러(34스위스)의 경기를 지켜본 뒤 전성기 때 모습 같다고 평가했다. 이형택은 2003년 윔블던 1회전에서 페데러와 처음 맞대결을 펼쳐 0-3으로 패했다. 이형택은 페데러의 스트로크는 마치 살아 있는 듯 춤을 췄다고 회상했다. 그해 페데러는 처음으로 윔블던 정상에 오르며 새로운 테니스 황제의 시대를 알렸다.
12년이 흘러 30대 중반이 된 페데러는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세계 2위 페데러는 9일 영국 런던 인근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남자 단식 8강전에서 세계 13위 질 시몽(프랑스)을 3-0(6-3, 7-5, 6-2)으로 완파하며 4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 준준결승까지 4경기를 치르는 동안 페데러가 코트에서 뛴 시간은 6시간 16분으로 8강 진출자 중 가장 적었다. 그만큼 상대를 압도했다. 2012년 윔블던 우승 후 메이저 타이틀이 없는 페데러가 이번에 패권을 차지하면 대회 통산 최다인 8번째 남자 단식 챔피언이 된다.
페데러는 세계 3위 앤디 머리(28영국)와 10일 결승 진출을 다툰다. 머리는 영국 선수로는 프레드 페리 이후 77년 만인 2013년 남자 단식 우승자가 돼 홈 팬들을 열광시켰다. 최고의 흥행 카드가 결승 문턱에서 성사된 것이다.
한편 주니어 남자 단식에서 정윤성(양명고)은 8강에 진출했고, 이덕희(마포고)는 16강전에서 탈락했다.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