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August. 01, 2015 07:21,
헌법재판소가 선거운동기간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리기 이틀 전인 지난달 28일 국회 정치개혁특위 법안심사소위는 공직선거법의 관련 규정을 폐지하기로 의결했다. 헌재 결정 후인 어제 새누리당 대변인의 헌재 결정 존중 논평에도 불구하고 소위 위원장인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은 폐지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성급한 단견이자 헌재의 결정 취지를 무시하는 독단이다. 일반 국민은 말할 것도 없고 새누리당 의원 대부분도 그런 논의가 이뤄지는지 몰랐고, 당론을 모은 적도 없다고 한다.
헌재는 선거운동기간 중 허위사실이 유포될 경우 광범위하고 신속한 정보의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며 선거의 공정성을 위한 인터넷 실명제가 정치적 익명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헌재는 같은 사안에 대해 2010년에도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엔 찬반 의견이 7대 2였으나 2012년 재판관 구성이 달라지면서 이번엔 5대 4로 폭이 좁혀졌다. 아직은 재판관 다수가 선거기간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공직선거법 상의 관련 규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야당 등 일각에서는 평상시 인터넷 실명제를 규정한 정보통신망법 조항이 2012년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받은 것을 들며 헌재의 이번 합헌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온라인을 통한 정치 참여와 정치적 의사 표현을 제한해서는 안 되고, 인터넷을 이용한 선거범죄의 경우 명예훼손죄나 후보자 비방죄 처벌 같은 다른 제재 수단이 있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러나 대선기간 23일, 총선과 지방선거기간 14일 동안에 근거 없는 비방이나 흑색선전은 당락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후에 처벌해봤자 결과를 되돌릴 수도 없다. 선거에서는 표현의 자유 못지않게 불법 부정선거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
선거판에서 익명성이란 가면 뒤에 숨어 악의적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것은 선거문화를 더럽히고 정치발전을 저해한다. 여야 모두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파적 시각으로 볼 게 아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헌재의 합헌 결정 취지를 감안해 공직선거법의 관련 규정 폐지를 밀어붙이지 말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