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여객기가 활주로에 진입해 발진하다가 돌연 급정거해 1시간 31분 동안 이륙이 지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들은 정비 중이라는 안내 방송 외엔 별다른 설명을 듣지 못한 채 활주로에 멈춰 선 비행기 안에서 불안에 떨어야 했다.
대한항공 국내선 KE1201편은 지난달 24일 오전 7시 5분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가기 위해 승객 148명을 태우고 게이트를 떠났다. 여객기는 활주로에 진입해 굉음을 내며 달리다가 갑자기 끼익 소리를 내며 멈췄다.
탑승객 A 씨는 멈춘 지 5분여가 지나서야 이륙을 준비하던 중에 기계에 불이 들어와 멈췄다. 잠시만 자리에서 대기해 달라는 안내방송만 나왔다고 전했다. 기장의 안내방송은 이후 세 차례 더 이뤄졌다. 오전 8시 10분쯤엔 1015분만 더 기다려 달라며 물을 한 잔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1시간 넘게 활주로 위에서 기다리던 A 씨는 한 커플이 짐을 들고 내리는 걸 보고 환승을 요구했다. 그러자 승무원이 찾아와 거듭 환승 의사를 확인하며 대응 매뉴얼을 읽기 급급했다. 실랑이 끝에 A 씨는 오전 8시 25분경에야 내릴 수 있었다. 여객기는 10여 분 후 김포공항을 떠났다. 탑승객 148명 중 A 씨를 포함한 4, 5명은 다른 여객기로 바꿔 탈 수 있었지만 조용히 있었던 대부분 승객들은 아무 서비스도 받지 못했다. A 씨는 처음엔 가만있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먼저 내리는 다른 승객을 보고 용기를 냈다며 만약 기체 이상으로 사고가 났다면 항의를 해서 내린 사람만 살아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행기가 1시간 30분이나 활주로에 멈춰 서 있는데도 기다리라고만 하는 안이한 대처에 화가 난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스피드 브레이크에 경고등이 들어와 안전 점검을 한 결과 아무 이상이 없어 다시 이륙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비행기가 활주로에 진입한 이후엔 관제탑 지시를 받아야 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했다며 절대 다수가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고, 환승을 원하는 승객에게는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