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일당에 처음으로 범죄단체 조직죄가 인정돼 단순 가담자까지 모두 32명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보이스피싱의 사회적 폐해를 조직폭력배와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엄격한 판결을 내린 것이다.
대구지법 형사3단독 염경호 판사는 28일 중국과 한국에 콜센터를 두고 조직적으로 보이스피싱을 저지른 혐의(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로 기소된 국내 조직 관리자급 이모 씨(28)에게 징역 6년을, 중간 책임자급 원모(29), 문모 씨(40) 등 2명에게 각각 징역 5년과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또 전화상담원 역할을 한 백모 씨(27여) 등 단순 가담한 32명에게도 징역 3년4년 6개월의 실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이들이 중국 총책(미검거)의 지시를 받아 국내에 인적, 물적 조직과 수직적 통솔체계를 갖추고 범행한 점, 제3자의 돈을 가로채는 공동 목적 아래 행동한 점, 조직 탈퇴가 자유롭지 않았던 점, 이동 자유 제한과 징벌 체계를 갖췄던 점 등을 미뤄볼 때 형법 제114조의 범죄단체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대구지검은 올 6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범죄단체 조직 혐의를 적용해 이 씨 등을 기소했다. 보이스피싱은 그동안 단순 사기죄(최고 형량 10년)가 적용돼 비교적 가벼운 처벌이 내려졌다. 하지만 이번에 범죄단체 조직죄(최고 형량 15년)가 인정됨에 따라 앞으로 유사 사건에서 중형 선고는 물론이고 범죄수익 몰수 및 추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씨 등은 2012년 2월부터 2013년 9월까지 김모 씨(43) 등 210여 명에게 대출을 해주겠다며 체크카드와 비밀번호 등을 알아낸 뒤 13억4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이사와 부장, 팀장, 상담원 등으로 각각 역할을 나눠 범행을 저질렀으며 중국과 대구 등의 아파트와 원룸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합숙소에서 단체생활을 하기도 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