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December. 19, 2015 07:25,
국내에 팔린 에르메스 버킨 백은 총출동한 듯했다. 손님들이 들고 온 핸드백뿐만이 아니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두산 유통사업부문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 겸직) 등 국내 재계의 젊은 별들도 한곳에 모였다.
17일 오후 8시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국내 첫 패션쇼에서였다. 에르메스는 올해 10월 프랑스 파리패션위크에서 선보였던 2016년 봄여름 컬렉션을 이날 무대에 올렸다. 얇은 가죽을 주름 잡은 원피스, 베이지색과 빨간색 스니커즈 등이 에르메스 특유의 고급스러움을 보여 줬다는 평가다. 창업자인 티에리 에르메스의 6대손()인 악셀 뒤마 에르메스 최고경영자(CEO)도 참석했다.
에르메스는 왜 이번에 한국에서 첫 패션쇼를 열었을까. 쇼 시작 두 시간 전부터 행사장에 서서 손님들을 맞은 뒤마 CEO(사진)는 본보 기자를 만나 한국은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나라여서 발전 가능성이 많은 훌륭한 명품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패션쇼 장소로는 다소 의외인 화정체육관에서 행사를 연 이유에 대해서는 고객들에게 예상하지 못한 즐거움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날 쇼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과 말레이시아에서 온 에르메스 고객 등 700여 명이 관람했다.
평소 명품 패션쇼에 좀체 참석하지 않는 이부진 사장은 갈색 모피 망토를 두르고 나타나 뒤마 회장과 인사를 나눴다. 두산그룹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부사장은 5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샤넬 크루즈 쇼에 참석한 데 이어 이번 에르메스 쇼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황용득 한화갤러리아 대표도 참석했다. 이달 말과 내년 상반기에 문을 여는 서울시내 신규 면세점을 이끄는 인물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품 중의 명품인 에르메스를 유치하는 것이 면세점의 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르메스는 현재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몰에 명품관 매장과 면세점 매장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한 건물에 에르메스 매장 두 곳이 들어선 것은 전 세계에서 제2롯데월드몰이 유일하다. 그런데 최근 관세청이 올해 말 특허가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을 재승인하지 않으면서 이 면세점 내 에르메스 매장의 향후 행방이 초미의 관심사다. 뒤마 CEO는 이에 대해 일단 매장을 잠정적으로 닫겠지만 여러 불확실한 경영 요인이 있는 것 같아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말했다.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