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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적 호남’ 이정현

Posted August. 16, 2016 06:48,   

Updated August. 16, 2016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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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의 이정현 대표가 ‘생물학적 호남(湖南)’이란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꺼낸 얘기다. 전남 순천 출신인 이 대표가 “대선에서 호남 표 가져오겠다”고 한 데 위협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추 의원은 “그렇지 않다”며 “그분은 남성이어서 생물학적으로 호남이고요. 저는 못지않게 또 호남 며느리니까요”라고 답했다. 추 의원은 대구, 남편은 전북 정읍이 고향이다.

 ▷입양이 많은 미국 사회에서는 ‘생물학적 부모(Biological parent)’라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미국에 입양돼 잘 살다가 성인이 돼서 생물학적 부모를 찾아 한국에 오는 젊은이들도 있다. 추 의원이 쓴 생물학적 호남이라는 말은 생물학적 부모와는 어떻게 다른지 모르겠다.

아마 이 대표가 호남에서 태어난 분이라면 자신은 호남으로 시집온 사람이라는 말을 하려던 것인데 쉬운 말을 어렵게 한 것 같다.

 ▷27일 더민주당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나선 추 의원이 이를 연상케 하는 표현을 쓴 것도 어떤 의도를 담고 있을 수 있다. 그는 “호남이 바라는 것은 호남 가치와 호남 정신을 누가 정치에 수혈해서 제대로 구현해낼 수 있느냐”라고 했다. 추 의원은 “더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의 6·15 남북정상회담과 노무현 대통령의 10·4 남북공동선언의 정신을 계승한 유일한 정당”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보다 영남 출신인 자신이 김대중 노무현 정신을 구현해 호남을 더 잘 대변할 수 있다는 주장일 것이다. 이 대표가 ‘호남 예산 지킴이’를 자처한다 해도 ‘김대중 노무현 없는 이정현’은 추 의원의 눈엔 생물학적 호남일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은 지역감정을 해소하려고 국회의원 후보 공천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1995년 추 의원을 새정치국민회의 부대변인으로 발탁해 정계에 입문시켰을 때도 능력과 함께 지역적 고려를 했을 것이다. 야권의 대주주인 호남표를 얻는 것이 급했더라도 타당 대표의 출신 지역에 대해 ‘생물학적 호남’까지 들먹이는 것은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김순덕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