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대한항공, 한진해운 600억 지원 또 연기

Posted September. 10, 2016 07:10,   

Updated September. 10, 2016 07:51

ENGLISH

 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을 수습하기 위한 한진그룹의 긴급 자금 지원이 자칫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400억 원 규모 사재 출연은 다음 주초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8일에 이어 9일에도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의 해외 터미널 지분과 채권 등을 담보로 600억 원을 대여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사회가 지원 안건을 부결시킨 것은 아니고 10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이 내놓은 400억 원은 한진해운 선박들의 하역 작업 재개에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이는 9일(현지 시간) 오전에 열릴 미국 뉴저지 연방파산법원의 추가 심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 연방파산법원은 7일(현지 시간) 한진해운의 파산보호 신청을 임시 승인하면서 9일까지 자금조달 계획을 제출하라고 명령한 상태다. 자금조달 계획이 부실할 경우 파산보호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미국에서 선박이 다시 억류될 수도 있다.

 대한항공 이사회에서 핵심 쟁점은 배임의 소지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은 대한항공과 조 회장이 1000억 원을 지원하더라도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이사회는 자금 집행을 섣불리 결정했다가 주주들로부터 배임 혐의로 소송을 당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자금의 회수 여부를 떠나 손해를 볼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경영적 판단을 강행하면 배임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정부가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기 때문에 대한항공의 자금 지원에 대해 검찰이 형사 기소할 가능성은 낮다”라면서도 “그러나 주주들의 민사소송 제기 가능성이 있어 대한항공의 고민도 이해는 간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8일 오후 5시 기준으로 컨테이너선 73척, 벌크선 16척 등 모두 89척이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신고된 피해만 총 258건(256개사)으로, 피해금액은 1억11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한편 한진해운 대신 미주항로에 투입된 현대상선의 첫 선박이 9일 오후 11시 부산항을 출항했다. 이 선박은 4000TEU급(1TEU는 약 6m 길이의 컨테이너 1개분)으로 10일 전남 광양을 거쳐 2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할 예정이다. 삼성과 LG 등 국내 화주 물량이 60% 선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미주 항로에 대체 선박 4척을 투입해 다음 주부터 매주 목요일에 국내 수출물량을 실어 나를 예정이다.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