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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기 들고 서울왔다” 중영화 ‘나의 전쟁’, 6·25참전 미화

“적기 들고 서울왔다” 중영화 ‘나의 전쟁’, 6·25참전 미화

Posted September. 18, 2016 08:03,   

Updated September. 18, 2016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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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국토는 누구도 한 뼘도 침범해서는 안 된다. 누구라도 우리를 건드리려면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중국이 추석(15일)을 맞아 개봉한 6·25전쟁 관련 영화 ‘나의 전쟁(我的戰爭)’에 등장한 한 출연자의 이런 외침은 당시 전쟁에 대한 중국인들의 왜곡된 시각을 그대로 드러낸다. 6·25전쟁은 중국이 침범당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 남한을 침공해 일어났고, 중국은 그런 북한을 돕기 위해 참전했을 뿐이라는 역사적 사실과도 맞지 않는다.

 6·25전쟁에 참여한 중국 문화선전공작단 단원들 간의 전우애와 사랑을 다룬 120분짜리 영화의 홍보 영상도 중국인들의 ‘과도한 애국주의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4∼5분 분량으로 중국판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쿠(優酷) 등에 오른 홍보 영상은 문화선전공작단 출신의 한 중국인 할머니가 서울에 관광을 와 자신이 과거 “중국 깃발을 들고 여기에 왔다” “여권이 필요 없었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또 다른 영상에서 참전 군인들은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해 조선을 돕는다’는 중국의 6·25전쟁 명칭) 전쟁에서 우리 모두 혈서를 쓰고 참여해 손에 든 무기도 없이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이겼다. 보가위국(保家衛國·가정을 보호하고 나라를 지키자)”이라고 외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애국주의 전파에 마지노선이 없는 것 같다”는 하얼빈사범대 역사학과 린치 교수가 웨이보에 올린 비판을 소개했다. 린 교수는 “홍보 영상에 나오는 원로 배우들이 한국에 재앙 같은 역사를 신나게 얘기하고 있다”며 “일본인 노인 단체 관광객이 난징(南京)에 와서 자신들이 70여 년 전 난징대학살 때 욱일승천기를 들고 왔었다고 말하면 어떤 생각이 들겠느냐”고 지적했다.

 베이징에서 활동하는 변호사 자오후 씨는 SCMP 인터뷰에서 “참전으로 많은 중국인이 죽었지만 한반도가 남과 북으로 분단됐고 북한 김씨 일가 3대에 혜택을 줬는데도 여전히 자랑스러운가”라고 반문했다. 논란이 커지자 홍콩인 감독 펑순(彭順)은 웨이보에 “영화와 홍보 영상은 관련이 없다”며 “영화는 전쟁의 잔혹성과 이별, 재결합에서 인간이 느끼는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