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October. 31, 2016 07:08,
Updated October. 31, 2016 07:24
국내 투자은행(IB) 업계가 독일 부동산 쇼핑에 적극 나서고 있다.
30일 IB 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잇따라 독일의 주요 거점이 되는 부동산 인수에 나서고 있다. 한투증권은 연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국제비즈니스캠퍼스(IBC) 빌딩을 인수할 계획으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삼성증권과 삼성SRA자산운용도 독일 최고층 건물인 프랑크푸르트 코메르츠방크타워를 9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국내 기관투자가들과 손잡고 지난달 독일 본에 위치한 도이치텔레콤 본사 빌딩을 2억1340만 유로(약 2667억 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IB 업계의 독일 부동산 투자 행렬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에 참여한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유럽 대륙 안으로 들어오려는 글로벌 기업이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독일 내 오피스 빌딩 한두 곳을 더 인수하기 위해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독일 오피스 투자에서 가장 큰 이점은 유로화 저평가에 있다. 2014년 3월 1500원에 육박했던 원-유로 환율은 2015년 4월 1169원까지 떨어진 이후 등락을 반복하다 이달 28일에는 1250원에 마감했다. 한 증권사의 IB 담당 임원은 “유로화 가치가 낮아지면서 원화를 유로화로 바꿔 현지에 들어갈 때 환 헤지 비용에서 오히려 1.5% 정도의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고 했다. 만일 독일 현지에서 부동산 임차 수익률이 5%라면 이를 원화로 전환할 때 프리미엄 1.5%를 포함한 6.5%의 수익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선순위로 받는 현지 대출의 금리가 낮은 것도 독일 부동산의 장점으로 꼽힌다. 국내 금융사들이 독일 오피스 빌딩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현금을 모두 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전체 매입금의 50∼60%를 현지에서 대출받는데 이때 금리가 0.9%에 불과하다. 미국이 3∼5%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편이어서 수익률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독일 주요 도시 안에 위치한 대형 오피스 빌딩의 경우 10년 이상 장기 임차기업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점도 매력적이다.
다만 최근 국내 금융사들이 유럽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상투’를 잡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2008년 금융위기 혹은 그 이전에 유럽 부동산을 샀던 해외 투자자들이 빠져나오는데 국내 IB 업계에서 그 물량을 받고 있다”고 경고한다. 세계적인 초저금리 상황이 변하면 수익률이 나빠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한정연 기자 pres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