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December. 16, 2016 07:10,
Updated December. 16, 2016 07:29
국제축구연맹(FIFA)은 8일부터 일본에서 열리고 있는 FIFA 클럽월드컵에서 FIFA 주관 대회 사상 처음으로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존의 주심과 부심 외에 ‘비디오 부심(VARs·Video Assistant Referees)’을 경기장 내 비디오 룸에 배치해 주심의 판정에 도움을 주는 방식이다. 비디오 부심은 경기 영상을 보면서 무선으로 대화를 나누고, 주심이 비디오 판독이 필요하다고 결정했을 때 횟수에 상관없이 판독을 실시한다. 비디오 부심은 주심에게 비디오 판독을 제안할 수 있지만 경기에 나서는 팀들은 판독을 요구할 수 없다. 판독 범위는 득점 상황, 페널티킥 결정, 퇴장, 심판이 놓친 반칙의 확인 등이다.
가시마 앤틀러스(일본)는 14일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첫 수혜자가 됐다. 전반 28분 프리킥 상황에서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있던 가시마 선수가 아틀레티코 나시오날(콜롬비아) 선수의 반칙에 의해 넘어졌지만 주심은 보지 못했다. 그러나 주심은 약 2분 뒤 경기를 중지시킨 뒤 비디오 판독을 통해 반칙을 확인하고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페널티킥 골로 기선을 제압한 가시마는 3-0으로 이겨 아시아 클럽 최초로 결승에 올랐다.
그동안 축구계는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인식 등으로 인해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을 망설였지만 축구 규칙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는 3월 2년 동안 비디오 판독을 시험해 본 뒤에 영구 도입 여부를 정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야구 등 다른 종목에서 비디오판독을 도입해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고, 방송 중계 시스템의 발달 덕분에 팬들도 리플레이 화면을 통해 오심을 적발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 비디오 판독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FIFA가 주관하는 가장 규모가 큰 대회인 월드컵까지 비디오 판독 시스템 도입이 확정될 경우 선수들의 경기 중 활동에 많은 변화가 생기게 된다. 수비수들은 프리킥 등 세트피스 상황에서 상대 선수의 유니폼을 당겨 넘어뜨리거나, 발을 거는 행위 등에 제약이 생긴다.
남미의 우루과이, 유럽의 이탈리아 선수들은 심판이 보지 못하는 공간에서 심한 몸싸움 등 교묘한 반칙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비디오 판독 시스템이 도입되면 이런 반칙 수비가 상당히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심이 반칙 장면을 보지 못하고 경기를 진행해도 비디오 부심의 제안으로 판독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경기 중에는 언제든 반칙으로 판명받을 수 있다. 가시마 수비수 쇼지 겐은 “심판이 뒤늦게 페널티킥을 주는 것을 보고 우리도 비디오 판독으로 같은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생각에 신중하게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공격에 있어서는 1986 멕시코 월드컵에서 손으로 골을 성공시킨 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의 ‘신의 손’ 같은 경우도 나오지 않게 된다.
조영증 한국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은 “비디오 판독을 통해 경기 중 언제든 판정이 바뀔 수 있게 된다. 반칙 장면을 볼 수 없는 위치에서 판정을 내려야 하는 어려움 등 인간으로서 심판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디오 판독에 걸리는 시간 등으로 인해 경기 흐름이 끊기는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FIFA는 “시범 과정을 철저히 분석해 비디오 판독이 경기 흐름을 끊지 않고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K리그도 내년 시즌부터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내년부터 K리그 경기에 차량형 비디오 판독 시스템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15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