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January. 18, 2017 07:10,
Updated January. 18, 2017 07:20
국립대구박물관은 최근 발간한 ‘대구 월성동 유적 흑요석 원산지 및 쓴 자국 분석’ 학술서에서 월성동 출토 흑요석 100점에 대한 산지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2006년 발굴된 월성동 유적에서는 후기 구석기와 청동기, 통일신라시대 유구 등이 한꺼번에 나왔다.
박물관은 김종찬 전 서울대 교수(물리학)에게 ‘레이저 플라스마 질량분석(LA-ICP-MS)’을 조사 의뢰한 결과, 100점 중 97점이 ‘백두산계열 1형’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백두산에서 생성된 흑요석 유형은 총 3가지가 있는데, 국내 구석기 유적에서는 주로 1형과 2형이 발견된다. 국내 구석기 유적에서 흑요석이 발견된 곳은 약 30곳. 이 중 월성동 유적에서는 한반도 남부 지역에 가장 많은 흑요석이 출토됐다.
발견 직후 흑요석 조사가 이뤄졌지만 국가 귀속 문화재에 대해 파괴분석을 할 수 없어 산지 규명에 실패했다. 그러나 레이저를 이용해 약 50μm 지름의 미세한 손상만 가하는 첨단 분석 기법이 도입돼 산지 분석이 가능해졌다.
이와 관련해 월성동 흑요석들이 원석 형태가 아닌 반(半)가공 형태로 들어왔을 걸로 추정돼 주목된다. 원석이 갖고 있는 특유의 자연면(自然面)이 없고, 인위적으로 다듬은 흔적만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적 내 석기 제작지 4곳에서 흑요석 부스러기들도 발견됐다.
백두산 흑요석은 경기도 일대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다. 이에 따라 흑요석 원석이 백두산에서 채취된 뒤 가공을 거쳐 한반도 중부지방을 통해 대구까지 흘러들어왔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후기 구석기시대 한반도 남·북부를 잇는 교역 네트워크가 존재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장용준 대구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구석기인들이 사냥감을 쫓아 이동한 것은 분명하지만 어떤 경로를 거쳐 어떤 물건을 유통시켰는지는 아직 미스터리”라며 “이번에 영남 지역에서 최초로 흑요석 산지가 백두산으로 규명된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책에는 김경진 프랑스 페르피냥대 교수가 흑요석을 갖고 직접 용도를 실험한 결과도 수록됐다. 이에 따르면 월성동 백두산 흑요석은 주로 동물 뼈 등을 다듬는 ‘새기개’나 사냥용 ‘찌르개’로 쓰였을 걸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