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May. 16, 2017 07:23,
Updated May. 16, 2017 07:28
직전 대회까지 이렇게 초라한 성적을 거둔 선수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제5의 메이저대회라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거라 예상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PGA투어 프로 출신으로 미국 골프채널에서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브랜들 챔블리는 이날 김시우(22·CJ대한통운)의 우승을 이렇게 표현했다. “아마도 골프 역사상 최대의 반전일 것이다.”
김시우는 15일 미국 플로리다 주 폰테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 TPC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 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한 김시우는 공동 2위 이언 폴터(잉글랜드)와 루이 우스트히즌(남아공·이상 7언더파 281타)을 3타 차로 제치고 대회 최연소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김시우의 샷이 완벽했다고는 할 수 없다. 평균 드라이버 거리는 306야드나 됐으나 14번의 드라이버 샷 중 공이 페어웨이에 안착한 것은 9번(64.3%)밖에 되지 않는다. 그린 적중률도 44.4%(18번 중 8번)에 불과했다.
하지만 만 21세밖에 안 된 김시우는 그 누구도 갖지 못한 ‘강심장’을 갖고 있었다. 위기를 맞아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린을 놓친 10번 모두 스크램블링(파온을 못했어도 파 이상을 잡는 것)에 성공했다. 김시우는 이날 최종 라운드에서 보기를 하나도 범하지 않은 유일한 선수였다. 김시우와 동반 플레이를 한 우스트히즌은 “대개 샷이 좋지 않을 때면 누구든 굴곡을 겪게 된다. 그런데 오늘 김시우는 잘못 친 샷에 대해 한 번도 실망하는 것 같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최근 들어 바꾼 ‘집게 그립’ 효과도 톡톡히 봤다. 김시우는 지난달 마스터스에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가 집게 그립으로 우승한 것을 보고 퍼팅 그립을 바꿨다. 집게 그립은 퍼팅 시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퍼터의 샤프트를 단단히 잡는 방식이다.
선두 그룹에 2타 뒤진 단독 4위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시우는 1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으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7번홀(파4)에서는 약 8m 거리의 내리막 버디 퍼팅을 성공시키며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김시우는 9번홀(파5)에서도 약 6m 거리의 버디를 잡아내는 등 경기 내내 안정적인 퍼트 실력을 뽐냈다. 10년 넘게 ‘집게 그립’을 쓰고 있는 박도규 전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선수회장은 “집게 그립은 손목의 움직임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짧은 퍼트나 중간 거리의 퍼트를 할 때 정확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