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January. 06, 2018 07:35,
Updated January. 06, 2018 08:10
북한이 어제 9일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열자는 남측 제의를 수용하면서 2015년 12월 남북 차관급 회담 이후 2년 1개월만에 남북대화가 열리게 됐다. 북한 김정은이 1일 신년사에서 평창올림픽 참가 용의를 시사한지 나흘만에 회담 합의까지 이뤄진 것이다. 평창 올림픽의 앞두고 극도의 긴장이 감돌던 한반도에 평화의 디딤돌을 놓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
앞서 한미정상은 4일 통화에서 올림픽 기간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해 남북대화 재개를 위한 길을 열어줬다.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북한에 확고하고 강력한 입장을 견지해온 것이 남북대화로 이어지는데 도움이 됐다며 남북대화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조야(朝野)에서 남북대화 재개에 대한 우려가 나온 터에 대화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도록 유도해야 하는 책임이 우리 정부에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회담 의제에 대해 “우선은 올림픽 북한 참가 문제를 마무리 지은 뒤 이산가족상봉이나 군사회담 등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올림픽 문제가 잘 진행돼야 나머지도 논의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남북관계 진전에 성급하게 매달려 남북 현안 전반을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어제 전화통지문에서 회담 의제에 대해 올림픽 외에 ‘남북관계 개선’을 꼽은 만큼 올림픽 외에 군사훈련 중단 같은 정치적 의제를 내걸 가능성도 있다. 우선은 평창 올림픽에 집중하겠다는 방향 설정은 평가할 만하다.
이제 공은 김정은에게 넘어갔다. 북측은 회담에서 평창 참가에 정치적 조건을 달아 대화의 진전을 막아선 안된다. 남북기본합의서 채택 직후인 1992년 이래 26년 만에 이뤄지는 한미 훈련 연기는 평화의 발판을 놓기 위해 북한에 대해 최대한의 양보를 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북한이 만에 하나 올림픽 전까지 도발을 감행한다는 작금의 평화 무드는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다. 정부도 북측이 한미연합훈련 영구 중단 같은 터무니없는 요구를 들고 나올 경우 이번 연기 결정은 ‘예외적인 일회성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 남북대화는 북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의 막바지 단계와 겹치는 결정적 시기에 진행된다. 한미정상 통화 후 백악관 발표문에는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전략을 지속해 과거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는 데 뜻을 같이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과거 실수’라는 표현은 청와대 발표문엔 없었다. 과거의 실수'가 북한의 의도를 오판한 유화책으로 대북 압박에 균열을 내서 결과적으로 북한에 핵개발 시간만 벌어줘 온 실패의 경험을 뜻하는 것임은 명확하다. 이제 우리에겐 ‘과거의 실수’를 반복해도 그럭저럭 넘어갈 시간적 여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