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개촌식을 하루 앞둔 31일. 2018 평창 겨울올림픽 동안 각국 선수단의 보금자리가 될 강릉 선수촌에는 각국 국기가 내걸리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선수단이 사용하는 801동에는 ‘Team Koera’와 태극기가 새겨진 대형 플래카드가 외벽을 장식했다. 올림픽과 같은 대형 스포츠 이벤트 때 선수촌을 사용하는 선수들은 자신들이 묵는 방에 자국 국기를 내걸곤 한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는 사상 최초로 선수촌에 ‘한반도기’가 걸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한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합방’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육계 한 관계자는 이날 “단일팀을 구성한 여자 아이스하키는 조직력이 핵심이다. 세라 머리 감독의 요청으로 훈련 외에도 남북 선수가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선수와 북한 선수가 한 아파트에서 지내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상 22∼25층, 총 9개 동 922채로 구성된 강릉 선수촌에서 한국과 북한 선수단은 각각 다른 동을 사용한다. 북한이 사용할 동은 정했지만 북한의 최종 수용 여부가 남았다. 하지만 단일팀을 구성한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같은 동을 쓸 가능성이 높다. 이 관계자는 “1일 한국과 북한 선수단의 협의 후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단일팀은 방을 함께 사용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같은 동을 쓰는 쪽으로 얘기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강릉 선수촌은 아파트 한 채당 방이 3개로 이뤄져 있다. 2인 1실을 사용하기 때문에 한 채당 6명까지 묵을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선수 4명에 북한 선수 2명이 들어갈 수 있다. 단일팀 엔트리 35명은 한국 선수 23명에 북한 선수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과 북한 선수들이 한 아파트를 쓰거나, 최소한 같은 동을 쓸 경우에는 베란다나 외벽에 ‘한반도기’가 걸릴 수 있다. 한국 선수단 219명(임원 포함)은 강릉과 평창 선수촌 등 두 곳을 사용하지만 북한 선수단 46명(선수 22명, 임원 24명)은 강릉 선수촌에만 묵는다.
남북 단일팀 선수들은 지난달 26일 처음 만나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은 진천선수촌 숙소를 사용하고, 북한 선수들은 300m가량 떨어진 게스트하우스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양국 선수들은 만난 지 며칠 되지 않아 벌써 언니, 동생 하면서 스스럼없이 지내고 있다. 지난달 28일과 29일에는 북한의 진옥과 최은경의 깜짝 생일 파티가 열리기도 했다. 단일팀은 4일 인천선학링크에서 스웨덴을 상대로 최종평가전을 치른 뒤 곧바로 강릉으로 이동해 선수촌에 들어온다.
앞서 남북 단일팀을 경험한 선수들은 ‘합방’의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한다. 1991년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남북 단일팀 선수로 참가했던 서동원 고려대 감독(45)은 “서울과 평양에서 합동훈련을 할 때는 선수들끼리 떨어져서 생활했다. 그러다 보니 친해지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포르투갈에서 대회를 치를 때 서로 숙소를 드나들면서 친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