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0회를 맞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에서도 1일 ‘올 더 머니’를 시작으로 주요 후보작들이 속속 개봉하면서 어떤 작품, 배우가 수상하게 될지 함께 점쳐 볼 수 있게 됐다. 수상이 기대되는 아카데미 ‘화제의 인물’을 통해 영화제 관전 포인트를 미리 짚어본다.
○ 메릴 스트립, 신기록 세울까 총 21회 노미네이트. 90회 역사의 시상식에서 배우 메릴 스트립(69)이 세운 초유의 기록이다. 그는 정부가 은폐했던 베트남전쟁 기밀문서를 폭로한 워싱턴포스트 기자들의 실화를 다룬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더 포스트’에서 첫 여성 발행인 캐서린 역으로 또다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2위인 캐서린 헵번과 잭 니컬슨(총 12회)과는 압도적인 격차다. 이번에 수상하면 ‘철의 여인’(2011년) 이후 4번째 오스카를 수상해 캐서린 헵번(4회)과 함께 최다 수상자의 영예도 안는다.
○ 게리 올드먼, 디캐프리오 뒤이을까
남우주연상 후보로는 ‘다키스트 아워’에서 윈스턴 처칠 역을 맡은 게리 올드먼(60)이 올랐다. 외신들은 “수상 못 하는 게 이변”이라며 그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상황.
올해로 데뷔 36년을 맞은 그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더불어 할리우드에서 ‘상복 없는’ 대표 배우 중 한 명으로 꼽혀 왔다. 아카데미에서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2년)를 통해 딱 한 번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게 전부다. 올해 그가 수상한다면 수차례 도전 끝에 2016년 남우주연상을 받은 디캐프리오에 이어 ‘상복 없는 배우’ 타이틀을 마침내 벗어던지게 된다.
○ 단 9일 촬영에 남우조연상 수상? 연기 경력 70년. 역시 거장은 거장다웠다. 재벌 유괴 실화를 다룬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올 더 머니’로 남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크리스토퍼 플러머 얘기다.
엄청난 돈을 가졌으면서도 납치된 손자 몸값으로 한 푼도 내놓지 않으려는 냉정한 할아버지 게티 역을 맡은 그가 촬영에 들인 시간은 단 9일. 원래 해당 역에 캐스팅됐던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성추행 논란으로 하차한 뒤 갑작스럽게 대타로 투입됐던 탓이다. 북미 개봉일에 맞추기 위해 모든 촬영분을 9일 만에 소화해 냈지만 강력한 조연상 후보로 떠올랐다. 실제 수상한다면 영화에 가장 적은 시간을 들여 트로피를 거머쥐는 배우가 된다.
○ 여성 전면 내세운 남성 감독 2파전
올해 할리우드에서 성폭력 피해 고발 캠페인인 ‘미투’가 화제였던 만큼 시상식에서도 단연 여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시상식의 꽃인 작품상의 유력 후보로도 여성이 중심에 선 두 작품이 꼽히는 상황. 앞서 골든글로브에서 4관왕의 영예를 안은 ‘쓰리 빌보드’와 최다 부문 후보에 오른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이 그 주인공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작품 모두 남성 감독의 연출작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셰이프…’(22일 개봉)는 목소리를 잃은 청소부(샐리 호킨스)가 비밀 실험실에 갇힌 괴생명체와 만난다는 내용의 로맨스 판타지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등 1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마틴 맥도나 감독의 블랙코미디 영화 ‘쓰리 빌보드’(3월 15일 개봉)는 성폭행당한 뒤 살해된 딸의 억울한 죽음에 복수하려는 어머니 투쟁기를 담았다.
장선희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