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고은 시인(85)을 기려 만든 ‘만인의 방’ 철거에 들어갔다. 시는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도서관 3층 ‘만인의 방’ 앞을 하얀 천으로 가렸고 고 시인의 육필원고 등은 치웠다.
최영미 시인(57)이 지난해 발표한 시가 지난달 초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통해 다시 주목받으며 고 시인의 성추행 논란이 불거지자 서울시는 지난달 21일 ‘만인의 방’ 철거 방침을 시사했지만 철거 시기를 놓고 고심해 왔다.
그러나 최근 본보를 통해 최 시인과 다른 문인들이 고 시인의 더욱 적나라한 성추행과 성희롱 목격담을 잇달아 공개하고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시는 바로 가림막을 쳤다.
시 관계자는 28일 “구체적 피해 증언들이 나오면서 결정을 더는 유보할 수 없다고 판단해 27일 오후 철거 작업을 시작했다”며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만인의 방을 철거하겠다’고 고 시인에게 알렸더니 ‘그동안 애썼다’는 문자메시지 답이 왔다”고 말했다. 만인의 방은 고 시인이 연작시 ‘만인보(萬人譜)’를 쓴 경기 안성 서재를 재현한 공간이다. 내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의 하나로 예산 3억 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완성했다.
김단비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