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北합의-희미한 非核化… 미국 없인 멀리 못 간다
Posted March. 07, 2018 07:56,
Updated March. 07, 2018 07:56
南北합의-희미한 非核化… 미국 없인 멀리 못 간다.
March. 07, 2018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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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과 수뇌상봉(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통신은 또 김정은과 특사단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보장과 관련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정은 면담) 결과가 실망스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사단은 어제 오후 귀환해 문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했다.
북한매체의 보도에는 비핵화는 고사하고 핵에 대해서도, 미국에 대한 언급도 없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와 안정 보장’ 같은 표현을 통해 특사단과 김정은은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 교류·협력은 물론 북-미 대화와 북핵 해법,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논의했음을 시사했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김정은이 통일전선부에 속히 실무적 조치를 취하도록 ‘강령적 지시’까지 줬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평양 초청에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한 만큼 회담을 위한 여건과 추진 방향, 내용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풍성한 합의 또는 전망이 예상된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천명한 남북관계 대전환 방침에 따라 정상회담 개최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우리 특사단에 대한 환대로 보여줬다. 접견과 만찬은 이례적으로 조선노동당 본관에서 4시간 12분간이나 진행됐다. 김정은은 대남특사로 보냈던 여동생 김여정은 물론 부인 이설주까지 대동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핵개발에 따른 국제적 고립을 남북관계의 진전을 통해 벗어나 보겠다는 몸부림이자 앞으로 모색할 대외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최소한 문재인 정부를 계속 붙잡아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세계가 무엇보다 주목해온 북핵문제에 대한 북측 보도는 모호하기만 하다. 북핵 해법으로 추정되는 ‘한반도 평화·안정’에 관해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는 게 전부다. 흔히 ‘허심탄회한 대화’는 서로 이견이 맞섰다는 외교적 표현에 다름 아니다. 노동신문은 특사단이 평양에 머무르는 어제 아침에도 “핵무력은 정의의 보검”이라며 “핵을 더 억세게 틀어쥘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즉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김정은은 중단을 강력히 요구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특사단은 핵 동결로부터 폐기까지 이르는 단계적 북핵 해법을 제시하고 김정은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표명하도록 하는 데 성과를 거뒀다면 다행스런 일이다. 김정은이 선선히 비핵화 용의를 밝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조건으로 한 핵·미사일 실험 잠정 중단 같은, 대화를 위한 초기 조치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김정은의 근본적인 비핵화 결단이 없이는 과거 실패로 끝난 해법과 다를 바 없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특사단 방북에 대해 ‘한미간 긴밀한 협조’를 강조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사건이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를 이용한 북한 소행으로 결론짓고 추가 제재조치를 내렸다. 비핵화에는 결코 타협이 없으며 설령 북-미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제재와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는 분명한 대북 메이지인 셈이다.
특사단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르면 8일 주말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사단의 김정은 면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북-미는 대화냐, 대결이냐 결정될 것이다. 한두 차례 북-미를 오가는 중재 외교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구 조건이 높고 까다롭기로 이름난 협상가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 또는 이해를 얻으려면 김정은의 분명한 비핵화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남북 간 합의는 어디까지나 잠정적 미래일 뿐이다. 미국이 호응하지 않는 것이라면 남북관계의 진전은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미국이 빠진 채 남북관계에서 속도전을 편다면 한미 간 오해와 갈등을 낳기 십상이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와 따로 갈 수 없다. 일단 북-미가 대화 테이블에 앉아 한반도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시작돼야 남·북·미 3각관계의 동시 병행 발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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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과 수뇌상봉(정상회담)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만족한 합의’를 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통신은 또 김정은과 특사단이 한반도 평화와 안정 보장과 관련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정은 면담) 결과가 실망스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사단은 어제 오후 귀환해 문 대통령에게 결과를 보고했다.
북한매체의 보도에는 비핵화는 고사하고 핵에 대해서도, 미국에 대한 언급도 없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와 안정 보장’ 같은 표현을 통해 특사단과 김정은은 남북 정상회담과 남북 교류·협력은 물론 북-미 대화와 북핵 해법, 한미 연합군사훈련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논의했음을 시사했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김정은이 통일전선부에 속히 실무적 조치를 취하도록 ‘강령적 지시’까지 줬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평양 초청에 “여건을 만들어 성사시켜 나가자”고 한 만큼 회담을 위한 여건과 추진 방향, 내용에 대한 큰 틀의 합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해서는 풍성한 합의 또는 전망이 예상된다.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천명한 남북관계 대전환 방침에 따라 정상회담 개최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우리 특사단에 대한 환대로 보여줬다. 접견과 만찬은 이례적으로 조선노동당 본관에서 4시간 12분간이나 진행됐다. 김정은은 대남특사로 보냈던 여동생 김여정은 물론 부인 이설주까지 대동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핵개발에 따른 국제적 고립을 남북관계의 진전을 통해 벗어나 보겠다는 몸부림이자 앞으로 모색할 대외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최소한 문재인 정부를 계속 붙잡아둘 필요가 있다는 판단일 것이다.
하지만 세계가 무엇보다 주목해온 북핵문제에 대한 북측 보도는 모호하기만 하다. 북핵 해법으로 추정되는 ‘한반도 평화·안정’에 관해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는 게 전부다. 흔히 ‘허심탄회한 대화’는 서로 이견이 맞섰다는 외교적 표현에 다름 아니다. 노동신문은 특사단이 평양에 머무르는 어제 아침에도 “핵무력은 정의의 보검”이라며 “핵을 더 억세게 틀어쥘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심도 있는 의견’을 나눴다는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 즉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서도 김정은은 중단을 강력히 요구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특사단은 핵 동결로부터 폐기까지 이르는 단계적 북핵 해법을 제시하고 김정은이 미국과의 비핵화 대화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표명하도록 하는 데 성과를 거뒀다면 다행스런 일이다. 김정은이 선선히 비핵화 용의를 밝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조건으로 한 핵·미사일 실험 잠정 중단 같은, 대화를 위한 초기 조치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김정은의 근본적인 비핵화 결단이 없이는 과거 실패로 끝난 해법과 다를 바 없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특사단 방북에 대해 ‘한미간 긴밀한 협조’를 강조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 피살사건이 맹독성 신경작용제 VX를 이용한 북한 소행으로 결론짓고 추가 제재조치를 내렸다. 비핵화에는 결코 타협이 없으며 설령 북-미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제재와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는 분명한 대북 메이지인 셈이다.
특사단의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이르면 8일 주말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특사단의 김정은 면담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북-미는 대화냐, 대결이냐 결정될 것이다. 한두 차례 북-미를 오가는 중재 외교가 더 필요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요구 조건이 높고 까다롭기로 이름난 협상가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 또는 이해를 얻으려면 김정은의 분명한 비핵화 의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남북 간 합의는 어디까지나 잠정적 미래일 뿐이다. 미국이 호응하지 않는 것이라면 남북관계의 진전은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미국이 빠진 채 남북관계에서 속도전을 편다면 한미 간 오해와 갈등을 낳기 십상이다. 남북관계는 북-미관계와 따로 갈 수 없다. 일단 북-미가 대화 테이블에 앉아 한반도의 비핵화 프로세스가 시작돼야 남·북·미 3각관계의 동시 병행 발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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