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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제왕적 대통령제 시정이 핵심 돼야”

“개헌, 제왕적 대통령제 시정이 핵심 돼야”

Posted March. 12, 2018 07:31,   

Updated March. 12, 201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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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12일 개헌 자문안을 확정하고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문 대통령은 국회 상황을 보면서 20일 전까지는 자문안을 토대로 개헌안을 확정, 발의할 예정이다. 자문안에는 기본권, 지방분권 등 핵심 이슈가 담겼지만 이 중 여야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것은 권력 구조다. 정해구 자문특위위원장은 최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중점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국회에서의 총리 선출은 명백한 내각제여서 반대한다.”(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

 “이번 개헌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 폐해를 극복하자는 거다.”(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

 정세균 국회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7일 한국언론진흥재단 주최로 열린 ‘개헌을 말하다’ 포럼에서 권력 구조 개헌을 둘러싼 여야의 시각차는 뚜렷했다. 여당의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에 한국당은 ‘분권형 대통령제’로 맞서고 있다.

 과거 개헌 과정에서 집권세력이 권력 구조를 바꿔 장기 집권을 도모한 적이 있어서 권력 구조를 둘러싼 여야의 대립과 의심은 그만큼 깊다. 가령 여당의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대해 한국당 윤재옥 원내수석부대표는 “장기 집권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분권형 대통령제를 놓고 민주당은 “한국당이 의회 권력을 잡아 정국을 주도하겠다는 속내”라고 의심한다.

○ 총리 임명 주체 놓고 대립

 여당은 대통령 직선에 대한 애착이 크기 때문에 대통령제를 유지하는 게 옳다고 본다. 국회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회(헌정특위) 소속의 한 민주당 의원은 “여권 입장에서 6월 지방선거 동시 개헌과 대통령제는 타협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당은 실질적인 권력 분점이 이뤄지지 않는 한 ‘제왕적 대통령제’ 폐단을 막을 수 없다고 반박한다. 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4년 중임제는 절대 반지를 쌍으로 만들자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그런 한국당은 외치(外治)는 대통령, 내치는 총리가 맡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6일 국회 헌정특위 전체회의에서 “국회가 총리를 임명해 대통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회의 국무총리 임명은 대통령의 권한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사실상의 내각책임제로 보고 있다. 특히 분권형 대통령제에서 내치와 외치의 개념이 애매하고, 대통령과 총리 간 권한이 충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최인호 의원은 “자유무역협정(FTA) 이슈가 내치인지 외치인지,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국방 혹은 경제 문제인지 구분이 잘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국무총리의 내각 통할권을 헌법에 명시하고, 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국회 재적인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도록 하자고 주장한다. 상대적으로 자유한국당의 분권형 대통령제에 가까운 주장. 민주평화당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기반으로 총리 해임 시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하자는 입장이다. 야 3당 중 여당 개헌안에 가장 근접한 방안이다.

○ 국회 권한 강화는 여야 모두 공감

 대통령제를 둘러싼 이견에도 대통령의 힘을 빼고 국회로 권한을 이양하는 데는 여야 모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민주화 이후 국회의 국정 주도권에 점차 무게가 실린 측면도 간과할 수 없다. 실제로 1987년 9차 개헌 당시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 폐지와 국정감사 부활을 놓고 여야가 한 달간 대치한 끝에 결국 야당 요구가 관철됐다. 당시 여당이던 민정당은 국회가 행정부의 권한을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1987년 개헌에 참여한 이한동 전 국무총리는 “대통령 5년 단임제 합의를 제외하고 웬만한 쟁점들은 비교적 수월하게 풀었는데 국회 해산권 폐지와 국정감사 부활은 여야 합의가 쉽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민주당은 대통령에게 쏠린 과도한 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인사와 예산, 감사, 법률안 제출에서 국회 권한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가령 총리는 물론아고 장관 임명 시에도 국회 동의권을 부여하겠다는 것. 정부 제출 예산안에 대해 국회가 삭감과 증액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도 포함된다. 현행 헌법은 제57조에서 정부 동의 없이 국회가 예산을 증액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서는 표를 의식한 ‘지역구 예산’ 남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온다.

○ 양원제 도입 등도 논의

 민주당과 한국당 일각에서는 국회 상·하 양원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2일 국민개헌 대토론회에서 “단원제를 제정하니까 중재하는 기관이 없다. (미국처럼) 상·하 양원제를 도입해 충돌을 조화할 수 있는 국회를 만드는 것도 검토해 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양당제 폐해를 강조하는 바른미래당은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이 제도는 전국을 인구비례에 따라 몇 개 권역으로 나누고, 권역별로 의석수(지역+비례)를 배정한 뒤 ‘권역별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것이다. 다당제를 구현하는 데 유리한 선거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상운 sukim@donga.com · 홍정수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