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에 참가한 남편을 응원하다가 반다비로 변신한다. 이어 한국선수단 해단식 사회까지 진행한다.
1인 3역을 맡은 2018 평창 패럴림픽 스노보드 국가대표로 참가한 박항승(31)의 부인 권주리 씨(32).
권 씨는 반다비 인형으로 변신해 활동하는 ‘국민반다비’ 중 한 명이다. 국민반다비들은 패럴림픽 개회식에서 손님들을 맞이하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권 씨는 폐회식에서 국민 반다비 중 한 명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권 씨는 “(폐회식 때 활동할) 2차 국민반다비 공지를 보고 주변사람들에게 지원하라고 권했어요. 그런데 같이 해보자는 거예요. 전 당연히 안 될 줄 알았는데…. 개회식 때는 관중석에서 항승 씨를 봤는데 폐회식에서는 조금이라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연극교사인 권 씨는 패럴림픽 기간 동안 개인 일정도 다 비워놓고 평창으로 달려와 남편을 누구보다 큰 소리로 응원하고 있다. 스스로도 요즘 “박항승 스토커’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에는 한국 선수단 해단식 사회를 맡아보지 않겠느냐는 전화도 받았다. 개회를 앞두고 선수단 결단식 행사에 남편에게 보내는 응원영상을 전했다. 이를 본 관계자가 권 씨에게 사회자 역할을 제안한 것이다. 덕분에 권 씨는 16일 남편의 주 종목인 뱅크드 슬랄럼 응원에 참가한 뒤 17∼18일은 국민반다비로, 19일은 해단식 사회자로 빽빽한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부부의 삶은 매 순간 도무지 불가능해 보였던 것들이 가능해지는 일로 채워졌다. 3년 전 이맘때 스키장에서 한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주변 사람 소개로 만나 연애시절 주말마다 함께 보드를 타며 사랑을 키운 두 사람은 결혼도 스키장에서 보드를 타면서 하기로 했다. 될까 싶었지만 스키장에 문의해보니 “슬로프에서 행진하신 분은 없었지만 원하신다면 하셔도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박항승의 패럴림픽 출전도 마찬가지였다.
“연애할 때부터 평창 패럴림픽에 나가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외국선수 영상을 찾아보면서 ‘이 정도는 할 수 있다’고요. 탈 수 있을까 했는데 또 마침 팀이 생겼고 국가대표에도 뽑히면서 항승 씨에게 자꾸 기회가 오더라고요. 항승 씨가 평창에서 인생의 황금기를 만난 것 같아요.”
패럴림픽 준비를 위해 박항승은 맞벌이 특수학교 교사 일을 관둬야 했다. 비장애인으로 특수교육을 전공한 권 씨는 “평창까지 돈 못 벌어도 좋고 뭘 해도 좋으니 자유롭게 하고 오라”고 말했다. 결혼 후 반년도 안돼 박항승이 선수생활을 준비하면서 부부는 같이 산 시간보다 떨어져 산 시간이 더 길다. 아직도 신혼 분위기가 나는 비결(?)이다. 16일 경기를 앞둔 남편에게 권 씨는 “사실 첫 경기(보드크로스)에서 넘어지고 실격도 해서 상심했을 텐데 주 종목이 남아있고 패럴림픽이 모두의 축제이기 때문에 행복하게 즐겼으면 좋겠다”는 응원을 남겼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