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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큰 손’된 여미족

Posted April. 12, 2018 08:24,   

Updated April. 12, 2018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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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세계백화점이 지난달 출시한 남성전용 제휴 신용카드의 첫 달 실적이 1인 당 300만 원이라고 한다. 기존 백화점 제휴카드 실적의 6배가량이다. 남성전용 카드의 사용처가 주로 명품과 남성 의류인 것을 보면, 남성이 스스로를 가꾸는데 관심이 많아진 것을 넘어 백화점의 ‘큰 손’으로 부상한 것이다. 백화점 남성 고객 비중은 2010년 28%에서 지난해 34%로 올라갔다.

 ▷백화점업계도 남심(男心) 잡기에 나섰다. 남성복과 명품, 가방, 의류를 한 데 모아놓은 ‘남성 전용관’을 열고, 남성 전용 헤어숍도 마련했다. 국내 남성 화장품 시장 규모도 1조 2800억 원이나 된다. 2008년 롯데백화점이 헐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를 모델로 내세워 중년 남성 전용 캐쥬얼 브랜드 ‘엘 파파’를 선보였다가 3년 만에 접은 것과 비교하면 10년 사이에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공작의 수컷은 암컷보다 아름답다. 닭이나 원앙 같은 다른 동물도 비슷하다. 천적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큰데도 화려한 모습인 이 모순에 대해 이스라엘 생물학자 아모츠 자하비는 “생존에 장애(handicap)가 되는데도 살아남았다는 유전자의 우수성을 암컷에게 과시하는 것”이라는 ‘핸디캡 이론’으로 설명했다. 미국 심리학자 제프리 밀러는 이를 인간의 생활에 적용했다. 사람도 이성(異性)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과시적 소비’를 한다는 주장이다.

 ▷자신의 패션이나 미용에 투자하는 남성이 ‘그루밍족’이다. 말에 빗질(grooming)을 한다는 데서 유래했다. 최근 그루밍족이 늘어나는 현상이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한 과시적 소비의 결과인지, 아니면 넘치는 자기애(自己愛)의 발로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과거 ‘옷은 어머니나 아내가 사주는 것’이라던 한국 남성의 의식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백화점에서 아내나 여자친구 선물만 사는 것이 아니라 가방이나 옷 한 벌 정도는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시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