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는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다. 하지만 워낙 체력 소모가 커 각 팀은 일주일에 한 차례씩만 경기를 치른다. NFL 결승전인 슈퍼볼은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경기다. 바로 그 ‘꿈의 무대’ NFL에 사상 처음으로 한 손이 없는 선수가 입성한다. 주인공은 사우스플로리다대 출신의 샤킴 그리핀(23)이다.
그리핀은 28일 미국 텍사스주 알링턴의 AT&T 스타디움에서 이어진 2018 NFL 신인 드래프트에서 시애틀 시호크스로부터 5라운드 지명(전체 141위)을 받았다. 시애틀에는 지난해 드래프트 3라운드에서 지명된 쌍둥이 형 샤킬 그리핀이 코너백으로 뛰고 있다.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닌 형제는 프로에서도 같은 팀에 몸담게 됐다.
왼손에 선천성 기형을 갖고 태어난 그리핀은 4세 때 왼손을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다. 왼손 손가락이 제대로 펴지지 않는 희귀병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나머지 한 손을 갖고도 그는 어릴 때부터 미식축구와 육상, 야구 등 각 종목에서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 공을 들고 돌진하는 상대 공격수를 저지하는 역할을 주로 맡는 라인배커로 활동하는 그는 올해 3월 열린 NFL 컴바인(NFL이 실시하는 유망주들의 체력 테스트) 때 40야드(약 36.6m)를 4.38초에 주파해 스카우트들을 깜작 놀라게 했다. NFL 역사상 라인배커로는 가장 빠른 스피드였다. 왼손에 의수를 끼고 실시한 벤치프레스에서는 102kg 바벨을 20회나 들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드래프트 전 “한 손이든 두 손이든 공으로 플레이하는 선수는 공만 갖고 놀면 된다는 걸 세상에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던 그는 시애틀의 호명을 들을 후 “다른 선수들이 나보다 먼저 선택받을 때 힘들었다. 하지만 마침내 내 이름이 불렸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을 만큼 기쁘다”고 말했다.
대학 풋볼을 통해 그는 이미 스타성과 경쟁력을 입증했다. 2016년 아메리칸 애슬레틱 콘퍼런스(ACC)에서 올해의 수비 선수상을 받았고, 지난 시즌에는 피치볼 수비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지난 시즌 소속팀 사우스플로리다대의 무패 행진에도 기여했다.
라인배커는 상대 공격수를 온몸으로 막는 수비 포지션이다. 한 손이 없는 게 장애가 될 수도 있지만 그리핀은 이를 상쇄하는 스피드와 파워를 갖고 있다. 현지 언론 SB네이션은 “그리핀에게 한 손만 있다는 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통산 두 번의 인터셉션(가로채기)과 11번의 패스 방해, 그리고 18.5번의 색(상대 쿼터백이 패스하기 전 태클하는 것)을 기록했다. 큰 경기를 할 줄 안다”고 평가했다.
이헌재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