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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물살 탄 北-美담판, ‘완전한 비핵화’ 속전속결 시간표 내야 

급물살 탄 北-美담판, ‘완전한 비핵화’ 속전속결 시간표 내야 

Posted April. 30, 2018 08:07,   

Updated April. 30, 201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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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 시간) “북한과의 회동이 3, 4주 안에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북-미 정상회담이 다음 달 안에 이뤄질 것을 예고했다. 그동안 밝혀온 ‘5월 말∼6월 초’에서 2, 3주가량 앞당긴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정상회담의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 북-미 회담을 가급적 조속히 개최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한미 두 정상은 유례없이 75분 동안이나 장시간 통화하면서 북-미 회담 개최 후보지 2, 3곳의 장단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4·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음 달 안에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할 것이며 이때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초청하겠다고 밝혔다고 청와대가 어제 공개했다. 김정은은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시설보다 큰 2개의 갱도가 더 있고 아주 건재하다”며 단순한 쇼가 아닐 것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또 “우리와 대화해보면 내가 미국에 핵을 쏘거나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신뢰가 쌓이고 종전(終戰)과 불가침을 약속하면 왜 우리가 핵을 가지고 어렵게 살겠느냐”고 미국과의 대화에 열의를 보였다.

 4·27 ‘판문점 선언’이 나오자마자 남북, 북-미 간 움직임은 흡사 급물살을 탄 듯 하다. 비록 선언적 문구지만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 없는 한반도 실현’이 명문화된 것에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의미 있는 첫 걸음이라고 평가하면서 북핵 해결의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그런 의미에서 판문점 정상회담은 북-미 정상회담, 나아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여정은 일단 순조로운 출발을 예고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판문점의 잘 짜여진 이벤트와 두 정상의 퍼포먼스를 보면서 일각에선 중요한 비핵화 합의기 이미 물밑에서 다 이뤄졌는데도 북-미 정상 간 이벤트를 위해 남겨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특히 김정은이 전 세계에 보여준 모습은 비핵화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일정 부분 거두게 만들었다. 김정은이 공식 합의 이외에 문 대통령에게 핵실험장의 공개적인 폐쇄 등 보다 분명한 약속 이행 의지를 밝히고, 북한 공식매체들도 판문점 선언의 ‘비핵화’ 합의 문구를 주민들에게 그대로 전달한 점도 일단 긍정적으로 비친다.

 하지만 적어도 비핵화 문제에 관한 한 판문점 회담은 북-미 회담의 길잡이였다. 비핵화의 방법과 절차, 시간을 정하는 로드맵의 완성은 북-미 정상에게 넘겨진 만만치 않은 숙제다. 북한이 비록 ‘완전한 비핵화’를 천명했다지만 미국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개념과 일치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김정은의 ‘단계적·동시적 비핵화’와 트럼프 대통령의 빅뱅식 일괄타결 해법 사이의 간격도 여전하다. 특히 1∼2년 안에 속전속결로 비핵화 완료를 원하는 미국의 기대에 북한이 얼마나 부응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나아가 북한이 비핵화의 대가로 내밀 청구서도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에게 향후 북-미 대화에 열의를 보이며 신뢰구축과 종전, 불가침을 거론했다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요구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에 따라 북-미 간 협상의 진퇴가 결정될 수 있다. 과거 북핵 협상 과정에서, 그리고 합의문 서명 이후에 늘 그랬듯 북한은 변화무쌍한 협상전술로 상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김정은의 변신을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는 이유다.

 비핵화 로드맵 완성은 북-미 정상회담에 넘겨졌지만 이것이 미국과 북한 간 문제만은 될 수 없다. 한국의 운명을 좌우할 문제이고,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도 민감한 이해관계를 따지게 될 사안이다. 당장 우리 안보와 직결된 한미동맹의 위상 변화가 가져올 여파는 적지 않을 것이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은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이 계속 주둔할지 문제도 향후 협상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했다. 비상한 경계심과 함께 한미 간 긴밀한 공조체제의 중요성을 더욱 일깨우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판문점 선언은 남북관계 발전과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한 풍성한 합의도 담았다. 이 합의들을 구체화하기 위한 남북 고위급, 장성급 회담도 다음 달 안에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남북이 다룰 내용들이 모두 비핵화 협상과 따로 갈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물론 우리 정부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지만 남북관계 급진전이 자칫 북한 비핵화보다 과속하거나 대북 제재와 압박을 위한 국제공조를 흩뜨리는 모습으로 비쳐져서도 안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회담 성과를 기반으로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의와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퍼즐을 맞추는 국제외교전의 주역을 맡게 됐다. 이번 회담을 마치자마자 미국을 시작으로 주변국 정상들과 잇달아 통화해 회담 결과를 알리고 향후 협조를 당부했다. 새로운 동북아 질서를 만들기 위한 정직한 중개자에서 한발 나아가 창의적 외교를 주도하는 진지한 협상가의 역할을 차질 없이 수행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