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첫 국산 항공모함이자 두 번째 항모인 산둥(山東)함이 8일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시험 항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용기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전용기가 다롄 공항에서 목격돼 두 지도자가 역사적인 시험 항해를 지켜본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랴오닝성 해사국은 4∼11일 보하이(渤海) 해역과 서해 북부 해역에서 군사 임무가 펼쳐진다며 선박 진입을 금지한다고 공고했다
중국 해군이 랴오닝함에 이어 산둥함까지 확보함에 따라 본토 해안선에서 수천 km 떨어진 곳에서도 군사 작전이 가능해졌고 해외에서 미국에 맞서 자국의 전략 이익을 도모할 능력을 갖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의 2개 항모 보유는 근해 연안 방어에 치중했던 중국이 원양 해군으로 나가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항모를 6척까지 늘릴 계획이다.
○ 베일 벗은 산둥함의 전투능력
중국은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온 구소련 항모를 개조해 2012년 5만5000t급 랴오닝함을 진수했다. 이를 통해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만재배수량이 더 커진 산둥함(7만 t)을 만들어냈다. 모듈식 조립 방식으로 건조된 산둥함은 2013년 11월부터 건조에 착수해 지난해 4월 진수됐다. 시험 항해를 마친 뒤 내년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중국의 항모 이름은 바다에 접한 성의 이름을 순서대로 채용하며 산둥함 이후 진수되는 항모의 이름은 장쑤(江蘇)가 될 것으로 보인다.
디젤 추진 항모인 산둥함은 길이 315m, 너비 75m에 최대 속도 31노트를 낼 수 있다. 스키점프 방식으로 이륙하는 젠(殲)-15 함재기 40대를 탑재 가능하다. 24대의 함재기를 탑재하는 랴오닝함에 비해 길이가 10m 정도 늘어났지만, 함재기는 16대나 더 실을 수 있어 중국이 그동안 상당한 능력의 최적화된 항모 설계 기술을 연마했음을 보여준다. 이륙 램프 경사도는 12도로 최고 14도인 랴오닝함보다 낮아졌다. 랴오닝함에 비해 함재기 이륙 거리 감축, 연료 절약, 무기 적재량 증가, 항모 구조 강화 등에서 많은 개선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둥함에는 대형 안테나 4개와 주변을 360도 감지해 해상 또는 공중 목표물 수십 개를 포착할 수 있는 S밴드 레이더가 탑재됐으며 수십 기의 중국산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이 실려 있다.
다만 함재기를 발진시킬 때 미국 항모가 사용하는 전자식 사출 방식이 아닌 증기 사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증기 사출 방식이나 스키점프 이륙 방식은 전자식에 비해 함재기의 이륙 거리가 많이 필요하다. 또 비행기의 무게를 줄여야 하기 때문에 많은 무기를 탑재하기 어려우며, 결과적으로 작전 능력이 제약된다. 핵추진 항모가 아니기 때문에 며칠에 한 번씩 급유를 받아야 한다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대양 작전을 벌이려면 방어능력이 취약한 여러 대의 대형 급유선을 함께 거느리고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 원양엔 나갔어도, 미국 넘긴 역부족
중국 해군은 그간 연해 방어 위주의 ‘황수(黃水·yellow water) 해군’에서 영해와 영토를 수호하는 ‘녹수(綠水·green water) 해군’에 이어 에너지 수송 노선을 수호하는 ‘남수(藍水·blue water) 해군’을 추구했다. 따라서 항모 전단들은 주로 인도양, 서태평양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21세기 육상과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가운데 ‘일로’ 구상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 한국과 일본의 전력을 견제하는 역할도 맡게 될 것으로 보여 동아시아 해양질서에 큰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중국이 향후 3, 4척의 항모를 더 확보하고 핵 항모까지 손에 넣는다면 명실상부한 대양 해군 능력을 갖추게 된다. 그러면 각종 국제 현안에 대한 중국의 개입도 늘어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해군이 비약적인 성장에도 불구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에만 4개의 항모전단을 운용하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10개의 항모전단을 보유한 미 해군력에 비해선 양적, 질적 수준 차이가 크다. 미국의 군함 총톤수는 950만 t에 이르지만 중국은 미국의 5%에도 못 미치는 군함 총톤수 50만 t 미만의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중국이 운용하는 젠-15 함재기의 전투 능력은 미 해군의 최신 함재기 F-35에 미치지 못한다고 군사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여기에 미국이 20만 명 이상의 해병대 병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은 2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주성하 zsh75@donga.com · 한기재 reco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