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에 안전 보장하며 카다피 운명도 경고한 트럼프

　북한의 북-미 정상회담 취소 위협에 이틀 동안 말을 아끼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안전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비아 모델’에 대해선 “북한에 대해 생각하는 모델이 전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기꺼이 많은 안전보장을 제공하고자 한다. 그는 매우 강한 보호를 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비핵화)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리비아 모델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이 정상회담의 판을 깨지 않도록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리비아 모델에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북한을 달래기 위해 리비아의 경우와는 달리 북한이 비핵화를 완수하면 체제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그동안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북한 정권교체, 붕괴, 흡수통일, 침공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4노(No) 원칙’을 밝혔으나 이제 트럼프 대통령 입에서 강력한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리비아 모델에 대해 “우리는 (리비아의 통치자 무아마르) 카다피에게 ‘당신을 보호하겠다. 군사력을 주겠다. 이 모든 것을 주겠다’고 절대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섬멸했다”고 설명했다. 카다피는 핵 포기 6년 뒤인 2011년 중동의 민주화운동 물결 속에 시민군에 의해 살해됐다.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리비아의 과거를 제대로 알고 향후 북한 내부의 체제위기가 발생해도 김정은을 보호하겠다고 말한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김정은을 안심시키겠다는 의도는 분명해 보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하면 카다피 같은 비참한 운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비핵화를 이룬다면 한국처럼 경제적 번영을 누릴 것이냐, 아니면 외부적 군사조치든 내부적 시민혁명이든 최후에 직면할 것이니 양자택일하라는 것이다. 그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김정은의 돌변을 부추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강하게 나타내면서도 변할 것은 없다고 했다.

　북한은 다음 달 12일 북-미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까지 어떻게든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다양한 협상 전술을 구사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미 연례 연합훈련과 고위 탈북자의 발언을 문제 삼아 남북 대화까지 중단시켰다. 이에 미국은 일단 인내심을 갖고 조율에 나선 모습이다. 협상은 주고받는 거래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그의 예측불가능성을 익히 잘 알고 있을 김정은이 이제 적절한 판단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