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골프 소녀’로 이름을 날리던 김효주(23·사진)의 얼굴에 모처럼 미소가 번졌다. 비록 우승 트로피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지만 모처럼 맛본 짜릿한 승부에 자신감이 충만해 보였다.
김효주는 4일 미국 앨라배마주 버밍햄 인근의 쇼얼 크리크 골프장(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투어 메이저대회인 제73회 US여자오픈에서 값진 준우승을 차지했다.
4라운드 9번홀까지 7타 차로 뒤졌던 김효주는 후반 들어 거센 추격전을 펼쳐 최종 합계 11언더파로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동 타를 기록했다.
2홀 합산 연장전을 치르는 대회 방식에 따라 김효주는 1차 연장에서 버디를 잡고도 우승을 결정짓지 못했다. 2차 연장에서 보기를 해 우열을 못 가린 두 선수는 둘 다 서든데스 방식의 4번째 연장에서 두 번째 샷을 벙커에 빠뜨렸지만 김효주가 보기를 한 반면 쭈타누깐은 파를 지켜 희비가 엇갈렸다.
전날 퍼팅수를 24개까지 떨어뜨린 김효주는 이날도 퍼팅수를 23개까지 줄여 버디만 5개를 했다. 연장전 도중 김효주의 7m 버디 퍼팅과 절묘한 벙커샷에 쭈타누깐은 박수까지 치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김효주는 “내 경기에 집중해 노보기 플레이를 했다. 준우승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22개 대회에서 49만 달러(38위)를 받은 김효주는 이번 준우승만으로 54만 달러를 차지해 상금 랭킹 99위에서 6위까지 점프했다. 지난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슬럼프를 겪은 김효주는 올 시즌 8개 대회에서 한 차례도 ‘톱10’에 들지 못했다. 고교 시절 프로 대회 우승에, 19세의 나이로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 정상에 올랐던 화려한 경력은 잊혀지는 듯했으나 이번 준우승을 계기로 부활의 희망을 밝혔다. 마음고생으로 50kg대까지 떨어진 체중을 60kg대로 늘리며 근력을 키운 효과도 봤다.
태국 선수 최초로 US여자오픈을 제패한 쭈타누깐은 우승 상금 90만 달러를 확보해 상금 선두가 됐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