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14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기업들의 ‘월드컵 마케팅’도 뒤늦게 달아오르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빅이벤트 때문에 예전보다 팬들의 관심이 다소 줄어든 분위기지만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불씨를 지피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함께 9일부터 내달 20일까지 42일간 러시아의 현대 모터스튜디오 모스크바에서 특별전시회를 연다. 현대차는 러시아를 방문하는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1회 우루과이 월드컵(1930년)부터 올해 러시아 월드컵까지 월드컵 트로피 등 시대별로 진귀한 축구 유산을 소개할 예정이다. 8일(현지 시간) 열린 개막행사에는 이원희 현대차 사장과 파트마 사무라 FIFA 사무총장, 마르코 파초네 FIFA 세계축구박물관 총괄 디렉터 등이 참석했다. 전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 선수이자 현재 FIFA 홍보대사인 호베르투 카를로스도 자리를 함께했다.
국내에서도 단체 응원행사 등을 후원한다. 한국 첫 경기인 스웨덴전(18일) 때 시민들이 애완동물을 데리고 함께 단체로 응원할 수 있는 ‘애견 팬파크’를 충남 아산 애견캠핑장과 광주 북구 ‘개구쟁이 애견카페’에서 운영할 예정이다. 장애인을 배려해 24일 0시에 열리는 멕시코전 응원행사 때는 ‘수화 해설 팬파크’를 경기 고양 현대차 모터스튜디오에서 연다. 현장에는 대형 스크린에서 경기가 생중계되고 수화통역사가 스크린 양 옆에서 경기 전체를 해설한다.
현대차는 혼자 경기를 응원하는 여성이나 단체 약속이 없는 팬들을 위해 ‘파자마 팬파크’라는 이색 응원전도 기획했다. 서울 강남구 글래드 라이브 강남 호텔, 부산 해운대구 더베이 101 루프탑에서 스웨덴전이 열리는 날 응원전을 연다. 시민들은 현대차가 준비한 호텔에서 파자마를 입고 치킨과 맥주를 마시며 한국선수들을 응원한다. 서울 행사에선 지정된 숙소에서 1박도 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13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QLED TV’ 등 2018년형 삼성 스마트 TV를 사용 중인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을 이용해 축구 관련 채널(월드 사커)을 추천해 주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AI 기반으로 사용자의 시청 이력을 분석해 취향에 맞는 TV프로그램을 자동 추천해주는 ‘유니버셜 가이드’ 안에 축구 탭을 추가해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지상파뿐 아니라 TV에 연결된 셋톱박스·위성방송·케이블 등 모든 채널의 축구 방송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자국 축구 대표팀 경기가 방영되고 있는 채널만 모아 한눈에 보여준다. 이 서비스는 대한민국을 포함해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등 총 5개 국가에서 지원된다. 미국과 이탈리아도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
국내에선 이달 말까지 스포츠 경기 시청에 적합한 대형·고화질 TV를 구매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100만 원 상당의 캐시백 혜택, AKG 헤드폰 무상증정, 사운드바 동시 구매 특전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코카콜라는 최근 빌보드 차트 정상에 오른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모델로 한 TV광고를 공개했다. 러시아 월드컵 공식맥주인 카스는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 전 감독과 ‘테리우스’ 안정환 전 국가대표 선수를 모델로 기용해 광고를 시작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아직은 정치적 이슈에 묻혀 월드컵 분위기가 잘 살아나지 않고 있지만 경기가 시작되면 시민들의 뜨거운 응원전이 펼쳐지고 기업들도 다양한 형식의 마케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nabi@donga.com · 김지현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