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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의 붉은 물결

Posted June. 11, 2018 08:10,   

Updated June. 11, 2018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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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독일을 방문한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앞으로 상의를 벗은 여성 3명이 “독재자!”라고 외치며 달려들었다. 이들은 정치적 구호가 적힌 상반신을 노출하는 기습시위로 유명한 국제여성인권단체 ‘페멘(FEMEN)’ 활동가였다. 페멘은 ‘성 극단주의(Sextremist)’를 내세우는 만큼 세계 곳곳에서 과격한 시위로 논란을 일으킨다. 하지만 이들이 가슴을 드러내지 않았다면 세상이 주목하지 않았을 문제에 관심을 촉발하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20대 여성을 주축으로 성적 대상화, 외모 차별 등 불편한 현실을 거부하는 행동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여성단체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은 2일 반라 시위 사진을 삭제한 페이스북코리아에 항의해 상의 탈의 시위를 벌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탈코르셋’ 운동도 퍼지고 있다. 화장, 긴 머리, 다이어트 등을 사회가 강요한 ‘코르셋’으로 부르며 색조 화장품을 부수거나 숏커트 사진을 SNS에 올리는 식이다.

 ▷일부 ‘꼴페미(꼴통 페미니스트의 준말)’의 일이 아니다. 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집회’ 2차 집회에는 1만50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홍대 미술 수업에서 남성 모델의 누드 사진을 몰래 촬영해 유출한 여성의 사건을 두고 ‘편파 수사’라고 주장하는 행사다. 지난달 19일 열린 1차 집회 1만 명보다 참가자가 늘었다. 드레스코드를 여성의 분노를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정해 대학로를 붉게 물들었다.

 ▷몰카 피해자가 남성이라서 수사가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일 수 있다. 그러나 젊은 여성들이 표출하는 일련의 집단적 분노에는 절박함이 있다. 지금의 20대는 공부, 리더십 등 모든 면에서 또래 남학생을 능가하는 ‘알파걸’로 자랐다. 그런 여성들이 몰카, 데이트폭력, 취업차별 등 여전히 후진적인 현실을 맞닥뜨리고 생존과 돌파의 방식으로 페미니즘을 찾고 있다. 이들에게 예전보다 좋아졌다는 말은 의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