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북한 노동신문이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싱가포르 방문 소식을 1, 2면 전면기사와 16장의 컬러 사진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최고지도자의 신변안전을 고려해 주로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후 관련 내용을 보도하던 관행을 깬 것이다.
신문은 1면에서 ‘김정은 동지가 미국 대통령과의 역사적 첫 상봉과 회담을 위해 평양을 출발했다’는 제목을 달고 “(김 위원장이) 10일 오전 중국전용기로 평양을 출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은 12일 오전 싱가포르에서 진행된다”며 회담 사실을 전했다. 김정은이 비행기 탑승구 앞에서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손을 들어 인사하는 사진도 게재했다.
또 비행기에 새겨진 ‘에어차이나(AIR CHINA)’라는 표시와 중국 오성홍기도 그대로 보였다. 중국에서 빌린 비행기로 갔다는 점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다.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수행원 명단도 밝혔다.
또 공항에서 환송하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김수길 총정치국장 등 핵심 인사들의 사진과 명단을 실었다. 김정은과 김여정이 없어도 이들을 통해 체제를 유지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2면에는 김정은이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악수하는 사진과 함께 북-싱가포르 정상회담 내용도 다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그동안 실무 협의를 통해 북한으로서 별로 손해 볼 게 없는 합의가 나올 수 있다는 자신감이 없었으면 이런 보도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원재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