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침체된 글로벌 TV 시장의 해답을 ‘포스트 차이나’에서 찾고 있다. 북미와 유럽 등 포화된 선진시장 대신 중동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 ‘QLED TV’ 판매를 크게 늘린다는 목표다. 2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중동 및 동남아 TV 시장은 고화질·대형 등 프리미엄 위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아시아 지역 전체 TV 시장은 올해 전년 대비 4% 성장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지만 프리미엄급으로 분류되는 초고화질(UHD) TV는 41%, 75인치 이상 대형 TV는 148%의 고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역시 같은 기간 전체 시장은 3% 성장하는 반면 UHD는 42%, 75인치 이상은 45%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특히 동남아 시장은 2012년부터 매년 연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대표적인 신흥시장이다. 인구는 6억 명 이상으로 러시아를 제외한 유럽 대륙 전체 인구와 비슷하다. TV 시장 규모로 봤을 때도 중국 북미 서유럽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시장이다. 베트남 현지에서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로선 100% 현지 생산으로 물량 조달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특히 동남아에서는 주로 70인치 이상의 초대형 및 초고화질 TV를 찾는 상위 1%의 ‘슈퍼리치’ 고객들을 타깃으로 한 럭셔리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태국에선 벤츠 등 고급차 브랜드와 손잡고 공동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에선 부동산 업체와 연계해 초고가 주택 인테리어에 맞춘 프리미엄 TV를 함께 파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마케팅 효과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동남아 TV 시장에서 지난해 1분기(1∼3월) 29.9%에서 올해 1분기 47.7%로 점유율을 끌어올린 데 이어 4월에는 50.5%를 기록했다. 최근 베트남 호찌민에서 진행한 ‘동남아 테크 세미나’에선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에도 날씨 등 생활정보와 음악 콘텐츠를 제공하는 ‘매직스크린’ 기능에 대한 현지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동남아 지역 대부분이 기후 변화가 잦아 날씨를 자주 확인해야 하는 데다 케이팝을 즐겨 듣는 고객층이 많기 때문이다. 전력 사정이 좋지 않거나 폭우와 낙뢰가 잦은 환경에서 TV가 고장 나지 않도록 부품에 방습 처리 등을 하는 ‘트리플 프로텍션(Triple Protection)’ 기능 역시 현지 맞춤형 기능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중동에서도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75인치 이상 시장에서 지난해 1분기 40.9%이던 점유율이 올해 1분기 57.1%를 기록한 데 이어 4월에는 60.7%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중동 지역 최초로 출시한 2018년 QLED TV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중동 가정집마다 있는 방문객 응접 공간인 ‘마즐리스’(아랍어로 ‘앉는 장소’를 의미)에 QLED TV를 설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동 및 동남아 시장의 성장을 통해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을 지켜내고 13년 연속 글로벌 TV 시장 1위 자리를 수성한다는 계획이다.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전체 TV 시장에서 점유율 28.6%(매출액 기준)로 1위를 지켰고, 65인치 이상 시장에서 39.4%, 2500달러 이상 제품 시장에서 43.3% 점유율을 기록했다.
김지현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