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싼타페가 국내 SUV 역사상 최초로 최단기간 5만 대 돌파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는 기세를 몰아 국내 SUV 모델 최초로 연간 내수 10만 대 돌파와 더불어 미국 시장 SUV 돌풍으로 이어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1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싼타페의 올해 누적 국내 판매 대수가 5만 대를 넘어섰다. 최단 기간 5만 대 돌파 기록이다. 앞선 기록은 2014년 7개월 만에 5만 대 판매를 넘긴 싼타페였다. 이번 성과는 올해 2월 21일 신형 싼타페가 출시되기 전 구형 싼타페 판매량(약 7000대)도 일부 포함돼 있지만 미미한 편이다. 예약대수만 보면 신형 싼타페는 이미 5월 말에 5만3000대를 기록했다.
신형 싼타페는 사전 예약 첫날 8000대가 계약된 후 3∼5월에 월평균 판매량이 1만 대를 넘어서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차는 당초 신형 싼타페의 연간 판매량을 8만4000대로 잡았는데, 이 추세라면 판매 목표를 넘어 국내 SUV 최초로 연간 10만 대 국내 판매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SUV 연간 최다 판매 기록은 2015년 싼타페가 세운 9만2928대였다.
현재 국내 SUV 시장은 소형 비중이 줄고 중형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5월까지 국내 완성차업체가 판매한 SUV 약 20만 대 중 중형 비중은 약 9만 대였다. SUV 2대 중 1대가 중형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싼타페가 이 같은 SUV 중형화 추세에 맞춰 다양한 파워트레인과 각종 첨단·편의 사양을 제공한 전략이 유효했다고 보고 있다.
이런 분석은 싼타페 소비자 선택 성향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현대차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싼타페 고객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30대 23.2%, 40대 26.7%, 50대가 27.4%를 차지하며 고른 연령대를 보였다. 특히 고객들이 파워트레인을 다양하게 선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편의사양 중에서는 발동작만으로도 트렁크가 열리는 스마트 파워테일게이트의 적용 비율이 84.3%나 됐다.
싼타페 돌풍은 SUV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 온 현대차로서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도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부진했다.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량은 68만5555대로 2016년 판매량(77만5005대)에 비해 11.5% 감소했다. 당시 미국 전체 자동차 판매 감소율이 1.8%였던 것에 비하면 뼈아픈 실적이었다.
일각에서는 부진의 이유를 미국 시장 내 현대차의 SUV 라인업 부재에서 꼽는 의견도 있다. 지난해 미국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픽업트럭을 포함해 SUV 판매 비중은 65%이고 세단 승용차는 35%다. 그러나 현대차의 경우엔 세단이 64%, SUV가 36%였다. 시장 흐름과 정반대인 것이다.
현대차는 신형 싼타페가 미국 SUV 시장 판매 실적의 구원투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빠르면 7월부터 미국 시장에 데뷔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미국 시장에서 소형 SUV 코나가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고, 조만간 일부 성능을 개선한 준중형 SUV 투싼이 나온다. 이어 대형 SUV도 연말에는 나올 예정”이라며 “신형 싼타페까지 더해지면 견고해진 미국 내 SUV 라인업을 바탕으로 좋은 성적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