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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결승전 경찰복 입고 경기장 난입한 4인은?

월드컵 결승전 경찰복 입고 경기장 난입한 4인은?

Posted July. 21, 2018 08:28,   

Updated July. 21, 2018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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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현지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랑스-크로아티아의 월드컵 결승전 후반 7분경, 경찰복을 입은 여성 3명과 남성 1명이 경기장으로 난입하면서 경기가 중단됐다. 안전요원 손에 끌려 나간 이들의 정체는 러시아 반체제 예술 밴드 ‘푸시 라이엇(Pussy Riot)’ 멤버들이었다. 1-2로 뒤지던 크로아티아가 역습 기회를 만들어 가던 때라 ‘경기 흐름을 망쳤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다음 날 러시아 법원은 허가 없이 경찰 제복을 입고 스포츠 대회 관람객 행동 규칙을 위반한 혐의로 이들에게 15일 구류 처분을 내렸다. 이들은 또한 앞으로 3년간 러시아에서 치러지는 스포츠 행사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

 이들은 왜 하필 경찰복을 입고 월드컵 결승전을 방해했을까. 푸시 라이엇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전 세계가 지켜보는 앞에서 러시아의 인권 침해 현실을 고발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경기장에 난입했던 남성 표트르 베르질로프는 경찰복을 입은 이유에 대해 “정부가 경찰의 모습을 한 채 사람들의 삶을 침범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주려 했다”고 설명했다. 푸시 라이엇은 사건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성명에서 ‘모든 정치범을 석방하라’ ‘(SNS상에서)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감옥에 가두지 말라’ 등 6가지 요구사항을 공개했다. 사건 이틀 뒤인 17일 푸시 라이엇은 유튜브에 신곡 ‘좋은 경찰에 관한 트랙’을 공개하며 구류된 멤버들의 석방을 요구했다.

 이번 사건처럼 푸시 라이엇은 공공장소에서 반체제 게릴라 퍼포먼스를 벌이거나 정치적인 메시지를 가사로 담은 음원을 공개하는 방법으로 러시아 정부에 저항한다. 주로 페미니즘, LGBT(성적소수자) 권리 옹호, 반(反)푸틴에 대한 내용이다. 2011년 8월 모스크바에서 결성된 이 그룹은 펑크록밴드로 알려져 있으나 예술집단에 가깝다. 페미니즘과 반권위주의를 옹호하는 음악가와 예술가들이 속해 있다. 정확한 인원수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약 11명으로 추정된다. 눈과 입에만 구멍이 뚫린 복면, 형형색색의 타이츠가 이들의 상징이다.

 푸시 라이엇이 ‘반푸틴’의 상징으로 떠오른 것은 2012년 2월 21일이었다. 당시는 푸틴 대통령의 3선이 확실시되던 3월 러시아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모스크바 구세주그리스도 대성당에 잠입한 5명의 멤버는 ‘금녀의 구역’인 중앙 제단에 올랐다. ‘성모 마리아여 제발 푸틴을 쫓아내 주세요’라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다 1분 만에 경비에게 붙잡혀 쫓겨났다. 하지만 이들의 시위 영상은 유튜브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후 이들 중 3명은 경찰에 체포돼 모스크바 법원에서 ‘종교적 혐오에 따른 훌리건 행위’라는 죄목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법원의 정치적 판결에 대해 서방 세계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국제앰네스티는 이들을 양심수로 인정했고 마돈나, 폴 매카트니, 스팅 등 세계적인 가수들도 푸시 라이엇을 옹호하는 발언을 내놨다. 17일 유럽인권재판소는 6년 전 이 사건에 대해 유럽인권보호조약 위반이라며 러시아 정부가 이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놨다.

 푸시 라이엇은 전통적 의미의 ‘앨범’을 발매한 적은 없지만 인터넷을 통해 꾸준히 자신들의 음악을 알리고 있다. 3월 러시아 대선 전날에는 ‘선거’라는 음원을 발표해 이번 대선은 가짜이며 다음 임기 6년 동안에도 정부에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2016년 미국 대선 전에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곡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여성 비하와 반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위은지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