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 영양 등 동물의 움직임을 그대로 재연한 퍼핏(꼭두각시 인형) 의상, 아프리카의 색깔과 동물의 특징을 살린 마스크. 상상력을 자극하는 퍼포먼스는 무대를 생명력이 꿈틀대는 초원으로 탈바꿈시켰다. 그 위에 감성 넘치는 음색으로 퍼져 오르는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 드디어 진짜 ‘사자 왕’을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특급호텔에서 열린 뮤지컬 ‘라이언 킹’의 미리보기 행사는 짧지만 강렬했다. 인터내셔널 투어에 나선 배우들이 들려준 주요 곡들은 역시 ‘원곡’의 힘이 느껴졌다. 11월 대구에서 시작하는 첫 한국공연을 앞두고 선보인 이번 무대는 월트디즈니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의 펠리페 감바 총괄이사와 ‘라피키’ 역을 맡은 배우 은체파 피쳉 등 주요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해 한국 무대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번 내한공연은 현지 브로드웨이 공연을 그대로 들여온 만큼 오리지널한 무대 장치와 의상, 소품들이 중요한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피쳉은 “배우들이 입는 무거운 코르셋, 가면 등의 의상과 소품들은 이 극을 더 특별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아프리카를 무대로 한 뮤지컬인지라 배우들의 음색도 이국적이지만, 아프리카 브라질 쿠바의 다양한 전통악기가 들려주는 조화로운 색채도 흥을 돋운다. 특히 원근감을 활용한 누 떼의 협곡 질주 장면은 극의 하이라이트로 꼽을 만하다.
‘라이언 킹’은 설명이 필요 없는 뮤지컬의 블록버스터. 20여 개국 100개 이상 도시에서 공연하며 9000만 명 이상이 관람했다. 사실 국내에서도 2006년 샤롯데에서 무대에 올린 적이 있으나 일본의 한 제작사를 통해 들여온 한국어 버전 공연은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붓고도 흥행에 실패했다. 당시 라이브 공연 대신 녹음 연주를 쓰는 등 원작을 제대로 재현하지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뮤지컬계에선 “세계에서 ‘라이언 킹’이 흥행에 실패한 유일한 나라”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감바 이사는 “당시 일본 제작사가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완성도도 떨어졌다”며 실패 요인을 되짚었다.
감바 이사는 “100명 이상의 해외 인력이 함께 움직이며 오리지널 장비와 소품을 그대로 들여왔다. 하나의 도시가 이사를 오는 것과 같은 공을 들였다”며 “한국 뮤지컬 관객 수준이 매우 높아진 걸 알고 있다. 그들을 충분히 매료시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