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그 이상의 감동.’
키버스 샘슨(사진)을 바라보는 한화 팬들의 마음이다. 샘슨은 1일 KT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4-3 승리를 이끌며 12승을 올렸다. 이로써 샘슨은 역대 한화 외국인 투수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을 무려 11년 만에 갈아 치웠다.
물론 12승이 준수한 성적이긴 하지만 압도적인 성적이라고는 볼 수 없다. 샘슨이 12승을 거두고 구단의 외국인 투수 기록을 새로 썼다는 사실은 지난 세월 한화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짐작하게 한다. 샘슨 이전까지 한화 구단 역사에서 두 자릿수 승수를 거둔 외국인 투수는 2017시즌 알렉시 오간도, 2015시즌 미치 탈보트(이상 10승), 2007시즌 세드릭 바워스(11승) 셋뿐이었다.
돈을 아낀 것도 아니었는데 한화의 외국인 투수는 ‘상상 이하’를 보여줬다. 거금을 주고 영입한 외인 투수도 한 시즌을 제대로 꽃피우지 못했다. 그간 한화를 거쳐 간 외국인 투수 26명 중 절반인 13명이 시즌 도중 퇴출됐다.
올 시즌 한화는 큰 기대가 없었던 샘슨의 대활약에 활짝 웃고 있다. 한화는 올 시즌 국내 선발진 중 승리 1위가 김재영(6승)에 그칠 만큼 제 몫을 해주는 토종 선발이 없다. 하지만 시즌 중반을 넘어선 2일 현재 3위를 달리며 상위권 경쟁에서 낙오되지 않고 있다. 128이닝을 소화하며 12승을 거둬 준 샘슨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샘슨은 올 시즌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 10승을 채우고 출산휴가를 떠날 때도 그는 한용덕 감독에게 “돌아와서 10승을 더 거두겠다”고 말했다. 아내의 출산이 늦어지면서 샘슨은 결국 아들을 보지 못한 채 돌아왔고 아직도 아들의 출산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샘슨은 복귀 이후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2승을 더하며 자신이 한 말을 지키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묵직한 공으로 탈삼진 선두를 다투던 샘슨(탈삼진 158개)은 2위 LG 소사(146개)와의 격차도 벌려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탈삼진 개인타이틀도 욕심내볼 만하다. 지금까지 한화 외국인 투수 중 개인 타이틀을 손에 넣은 선수는 없었다.
KT 역시 외국인 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의 맹타에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로하스는 7월 한 달간 홈런 9개를 몰아치며 시즌 28홈런을 기록해 KT 구단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김상현 27홈런·2015시즌)을 경신했다. 이제 로하스는 홈런을 하나 추가할 때마다 KT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로하스는 7월 만화에나 나올 법한 기록(타율 0.434, 출루율 0.500, 장타율 0.807)을 찍어 7월 최우수선수(MVP) 후보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 로하스가 선정된다면 유한준(4월 MVP)에 이어 KT 역사상 두 번째 월간 MVP가 된다.
임보미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