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의 글씨는 매우 빠르고 불규칙하며 힘차다. 이는 생각의 속도가 매우 빠르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을 의미하지만 성급함과 좌절감을 말해주기도 한다. 리듬과 글씨 크기의 변화는 자존감의 변화를 말해준다. 기초 선의 변화는 예민하고 변덕스러웠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다른 글자를 심하게 침범하고 ‘H’ 등에서 선이 밖으로 삐져나오는 것으로 보아 열정이 지나친 나머지 남에 대한 배려가 없었을 것이다.
이런 글씨체는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물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다. 음악의 성인으로 불리는 베토벤은 ‘악필’로 유명했다. 그가 쓴 소나타 ‘엘리제를 위하여(F¨ur Elise)’는 베토벤이 사랑했던 소녀 테레제 말파티를 위하여 만든 것이어서 원래 제목이 ‘테레제를 위하여(F¨ur Therese)’였다. 출판사 직원이 잘못 읽어서 제목이 바뀌었을 정도로 그의 글씨는 읽기 어려웠다. 톨스토이와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베토벤에 못지않게 읽기 어려운 ‘악필’로 알려져 있다. 톨스토이의 글씨는 알아보기가 매우 힘들어서 그의 아내이자 친구이고 비서였던 소피아가 정갈하게 다시 썼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의 글씨는 ‘악필’이 아니다. 머리의 회전이 매우 빠르고 개성이 뚜렷하며 자신감이 넘치고 활력이 넘치는 면에서 보면 오히려 좋은 글씨라고 할 수 있다.
안익태의 글씨는 ‘t’의 가로선 등이 매우 길다. 필적학자들은 ‘t’를 매우 유심히 보는데 많은 단서를 잡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t’의 가로선은 의지, 자기 신뢰, 에너지, 열정, 결단력, 용기, 고집, 야망을 드러낸다. ‘y’의 형태를 보면 공격적이고 완고하며 자기 행동을 통제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m’이나 ‘n’이 둥근 형태인 것은 창의적이며 관찰력이 뛰어나고 논리적으로 조합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변호사·필적 연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