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같이 사진 찍어요∼.” “물론이죠, 할리 퀸!”
그야말로 ‘덕후들의 천국’이었다. ‘코믹콘 서울 2018’이 3일부터 5일까지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A홀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어벤져스’의 악당 타노스, ‘스타워즈’의 다스 베이더, 해리 포터…. 영화에서 걸어 나온 듯한 캐릭터들이 활보했고, 사진을 찍고 구경하는 관객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코믹 컨벤션’의 준말인 코믹콘은 만화(comics)부터 영화, 드라마, 게임, 애니메이션, 코스프레 등 ‘팝 컬처’ 문화 전반을 다루는 축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2회를 맞은 이번 행사에는 디즈니 마블 블리자드 넥슨 등 국내외 104개 기업이 참여해 301개의 부스를 차렸다. 관람객도 5만 명이 넘었다.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루커와 에즈라 밀러가 참여해 이목이 집중됐다.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시리즈에서 욘두 역을 맡은 루커(63)는 3일 기자들과 만나 “동료 슈퍼히어로들이 서울에 함께 오지 못한 게 아쉽다”며 “세계 각국 아티스트들의 뛰어난 작업을 보며 영감을 얻었다”고 말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2017)에서 숨진 욘두가 내년에 개봉하는 ‘어벤져스4’에서 복귀하느냐는 질문에 “아직은 정해진 게 없다”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영화 ‘저스티스 리그’(2017)에서 플래시 역을 맡은 에즈라 밀러는 예정된 행사 외에도 부스를 다니며 관람해 눈길을 끌었다.
11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의 인기를 입증하듯 마블 스튜디오 관련 부스는 관객들로 붐볐다. ‘아이언맨’(2008)부터 최신작 ‘앤트맨과 와스프’(2018)까지 마블 영화의 10년 역사를 정리한 ‘히스토리 월’, 마블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신작 게임 체험 코너가 눈길을 끌었다. 그레그 팍, 피터 응우옌, 김정기, 석가 등 슈퍼히어로 만화 작가들이 그림을 그리며 팬들과 소통하는 ‘라이브 드로잉’도 진행했다.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을 그린 미드(미국드라마) ‘피어 더 워킹 데드’의 최신 에피소드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고, 대규모 좀비 퍼레이드도 열렸다.
마지막 날인 5일 오후에는 ‘코리아 코스플레이 챔피언십’이 진행돼 최종예선을 통과한 18명의 ‘코스어’가 무대에서 의상을 뽐냈다. 영화 ‘신과 함께’의 황효균 특수분장 감독을 비롯한 국내외 코스튬플레이·특수분장 전문가들이 심사를 맡았다. 마블의 슈퍼히어로 ‘데드풀’ 분장을 한 미국인 앨런 클라크 씨(41)는 “한국 코스튬플레이어들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며 엄지를 세웠다.
행사를 주관한 리드 엑시비션즈는 매년 뉴욕, 파리 등 25개 도시에서 코믹콘을 개최하고 있다. 내년에는 서울(8월)에 더해 부산(2월)에서도 코믹콘을 연다. 손주범 리드 엑시비션즈 코리아 사장은 “뉴욕은 코믹콘이 열리는 한 주 동안 도시 전체가 축제장이 된다. 한국 아티스트들의 수준이 매우 높아 코믹콘서울 역시 세계적인 행사로 성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달에는 만화·애니메이션 축제가 풍성하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주관하는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가 15∼19일 경기 부천시 일대에서 열리고, 제22회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시카프)도 23∼26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일대에서 개최된다.
이지운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