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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편 강력지지” 불붙인 文, 국회도 답해야 할 때다

“선거제도 개편 강력지지” 불붙인 文, 국회도 답해야 할 때다

Posted August. 17, 2018 07:35,   

Updated August. 17, 2018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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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여야 5당 원내대표와의 청와대 오찬 회동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 비례성·대표성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을 강력하게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5당 원내대표들은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대통령이 자신의 뜻을 분명하게 밝힌 지금이 국회가 한정 없이 외면해온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시동을 걸 적기다.

 어제 문 대통령 스스로도 “대통령이 입장을 내면 국회에서 논의하는 데 장애가 될까 봐 망설여졌다”고 말했듯이 선거제 개편은 철저히 국회의 몫이다. 그런데 의원 개개인의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걸려있는 사안이어서 국회에게는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로 여겨져 왔다. 개헌 사안은 아니지만 대통령제냐 의원내각제냐 등 등 권력구조 개편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각 정당의 득표수와 의석수 간 심각한 불(不)비례와 지역주의 정당을 낳을 수밖에 없는 현행 소선거구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제 역할을 못해온 비례대표제의 개선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지역구에서 가장 많은 표를 얻은 1명이 의원으로 당선되는 소선거구제 방식이 특정 정당의 지역 독점이라는 부작용을 낳아왔음은 국민 누구나 동의하는 사실이다. 이 때문에 중·대선거구제 전환이나, 권역별 비례대표제, 석패율제, 헌법 개정이 필요한 양원(兩院)제 도입 등 다양한 의견들이 오래전부터 쏟아져 나왔다. 만약 지역구를 좀더 크게 합해 선거구별로 적게는 2명, 많게는 5명 이상까지 뽑는 중대선거구제로 전환한다면 특정 정당이 특정 지역을 독식하는 구도는 완화될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의 목숨줄과 직결된 선거구제 개편은 여야를 떠나 의원들이 선뜻 동의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15년에도 여야는 선거구 개편을 두고 협상을 벌였지만 권역별·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불발되고 선거구 미세조정으로 결론이 났다. 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이던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제 강화를, 새누리당은 지역구 의석수를 늘리자고 주장했다. 그런데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당론과 대선 공약을 뒤집고 소선구제에 미련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문 대통령이 선거제 개편을 촉구함에 따라 여당 내부에서도 논의에 불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당 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선거제 개편에 대한 견해를 밝힐 필요가 있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는 국민의 의사가 얼마나 정확히 정치 의사결정에 반영되는지가 중요하다. 여야는 이제 당장의 이해관계를 떠나 국민대표성과 지역대표성이라는 선거구제의 목적에 맞는 미래지향적 선거구 개혁을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