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현대글로비스 아산 KD센터. 자동차 부품을 모아 필요한 곳으로 보내는 물류센터다. 중국으로 수출될 차량 부품을 컨테이너에 실었다. 이윽고 40t급 대형 트럭 엑시언트가 트레일러를 끌고 나타났다. 운전자는 커다란 컨테이너를 싣고 경기 의왕 컨테이너기지를 지나 부곡 나들목을 통해 영동고속도로에 올라탔다. 고속도로 자율주행 구간의 시작이었다.
운전자는 자율주행 버튼을 누르고 곧바로 운전대에서 손을 놨다. 김밥을 먹고 창밖도 보고 뜨거운 차도 마시며 인천 항구까지 이어지는 약 40km의 자율주행 구간을 지났다. 고속도로 분기점이나 요금소 진입 시에만 운전대를 잡았다. 국내 최초로 트레일러를 끈 대형 트럭 자율주행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올해 6월 말 이 차량에 대해 대형 트럭으로는 처음으로 자율주행 임시운행 허가증을 발부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22일 “이번 시연은 미국자동차공학회(SAE) 기준 3단계 자율주행 기술을 갖춘 트레일러가 연결된 최대 중량 40t급 엑시언트 자율주행차 1대로 진행됐다. 관련 인프라나 법제 등이 갖춰지는 2020년 이후에는 상용화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율주행 3단계는 완전자율주행 전 단계로 특정 위험에 따라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조건부 자율주행 기술을 의미한다. 현대차는 조만간 4단계인 완전자율주행 기술에 이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레일러가 결착된 대형 트럭은 일반 준중형급 승용차 대비 전장은 약 3.5배, 전폭은 1.4배, 차체 중량은 9.2배(비적재 기준)가량 커 더욱 고도화되고 정밀한 자율주행 제어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곳곳에 센서 10개를 달아 주변 환경을 빈틈없이 인식하도록 했다.
대형 트럭 자율주행은 도요타 다임러 등 글로벌 자동차기업부터 구글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주목하는 미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화물 운송 및 물류 시장에 획기적인 혁신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화물 운전자에게 집중된 과로와 졸음 운전이 야기하는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 물류혁명으로 불리는 군집주행도 가능해진다. 군집주행은 이동구간이 같은 대형 트럭 여러 대를 줄줄이 이어서 자율주행으로 함께 이동하는 것을 말한다. 현대차는 2020년 이후 대형 트럭 군집주행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김현수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