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잘 만났어요. 함께 무대 위에서 즉흥적이고 창조적인 음악을 만들어 낼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그런 연주를 할 수 있었던 전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정경화)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70)는 10일 열린 듀오콘서트 간담회에서 협연자인 피아니스트 조성진(24)에 대해 “한마디를 하면 열을 이해한다. 음악적 예민함을 타고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일부터 전국 투어 공연에 나선 두 사람은 1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예술의전당 30주년 기념 공연을 앞두고 있다. 2012년 피아니스트 선정에 까다로운 정경화가 당시 고등학생이던 조성진을 발탁해 함께 무대에 오른 이후 6년 만이다.
매번 다르게 연주하는 정경화의 협연 스타일에 대해 조성진도 “어떤 피아니스트들은 싫다고 할 수도 있지만, 난 똑같은 게 싫다. 재밌고 값진, 정말 귀한 시간”이라고 했다. 2015년 쇼팽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은 조성진에게 1970년대부터 세계무대에서 활동해 온 정경화는 까마득한 선배이자 선생이다.
음악에 대한 사랑은 같지만, 사실 평소 두 사람 성격은 정반대에 가깝다. 열정적인 정경화와 달리 조성진은 성숙하고 차분하다. 연습 중 담소를 나누다가, ‘지금껏 한 번도 큰 소리를 내며 화를 내 본 적이 없다’는 조성진의 말을 들은 정경화는 크게 놀랐다고 한다.
“무대를 선택할 때 중요한 기준은 뭘 해야 할지보다 뭘 하지 말아야 할지를 아는 것입니다. 제가 원치 않거나 하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드는 일은 힘들고 어렵지만 거절하려고 했었어요. 지금까진 큰 사고 없이 잘 해왔다고 봅니다.”(조성진)
두 사람이 호흡을 맞춘 프로그램은 슈만, 베토벤,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다. 정경화는 “성진이는 젊다. 그렇지만 절대, 하나도 어리지 않다”면서 “그를 보면 음악적 성숙함은 나이와 상관이 없단 걸 느낀다. 앞으로 남은 협연도 정말 기대된다”고 말했다. 12일 오후 8시. 3만∼12만 원. 02-580-1300
조윤경 yuniq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