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스마트워치 ‘애플워치4’를 이번 주 세계 시장에 내놓는다. 핵심은 심전도 체크 기능이다. 사용자가 시계 버튼 부분에 손을 대면 시계가 심장의 전기신호를 추적한다. 30초쯤 지나면 심장박동의 규칙적 리듬과 불규칙 리듬 분류가 이뤄진다. 심장질환 모니터링에 필수적인 이 정보는 의사와 공유돼 원격진료에 활용될 수도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 받은 정밀 의료기기가 됐다는 게 애플의 설명이다. 이로써 애플은 헬스케어 회사로 성큼 다가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이 자랑하는 심전도 체크 기능은 이미 3년 전 국내의 한 벤처기업이 개발한 기술이다. 한국 기업들은 정부 규제에 막혀 이 기술을 스마트워치에 적용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칸막이 규제가 없었다면 세계 최초의 스마트워치 개발사인 삼성전자의 ‘갤럭시워치’ 시리즈에 가장 먼저 탑재됐을지 모른다. 더 서글픈 사실은 한국의 원격의료 규정이 워낙 까다로워 애플워치4의 심전도 체크 기능마저 한국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교육 자선사업에 매진하겠다며 얼마 전 은퇴 선언을 한 중국 최대 쇼핑몰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은 공산당 고위 간부와 정부 관료들이 줄줄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중국 당국의 규제 행태를 맹비난했다. 17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18 세계 인공지능 콘퍼런스(WAIC)’ 기조연설에서다. “(정부가) 뒤처지는 세력을 과도하게 보호하는 것이 혁신을 망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했다. 시대에 뒤떨어진 중국 정부의 규제가 미래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말이다.
▷그래도 중국은 한국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중국에서는 기업가치가 60조 원에 이르는 공유차량 서비스 회사가 등장해 해외로까지 진출했다. 한국에서 공유차량 서비스는 출퇴근시간에만 가능하다. 이마저도 서울시는 불법 영업이라며 사업주를 수사 의뢰했다. 사업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디지털혁명의 핵심인 공유경제를 보나 미래 유망산업인 헬스케어 산업을 보나 마윈의 쓴소리는 중국 공산당 간부나 관료보다 한국의 여당 간부나 공무원들이 먼저 들어야 할 것 같다.
김광현 kk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