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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쉼표

Posted October. 24, 2018 07:26,   

Updated October. 24, 2018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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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장에는 마침표가 찍히지만, 그것이 전달하는 감정들은 마침표를 거부할 때가 있다. 부재하는 대상을 향한 그리움의 감정들은 특히 그러하다. 마종기 시인의 ‘겨울 묘지’는 마침표를 거부하는 그리움에 관한 시이다.

 “피붙이의 황량한 묘지에 서면”이라는 말로 시작되는 시에서 특이한 점은 다른 행들에서는 찍히던 마침표들이 마지막 행에서는 슬그머니 사라진다는 사실이다. “하늘이 더 낮게 내려와 우리는 손을 잡는다./어느새 눈이 그치고 바람이 자고 우리가,” 정상적인 시라면 이렇게 불완전하게 끝나지 않거나, 끝나더라도 쉼표 대신 마침표가 찍힌다. 마침표 자리에 들어간 쉼표, 이것이 우리를 시인의 상처 속으로 안내한다.

 그가 시 속에서 말하는 “피붙이”는 세상을 떠난 동생이다. 그가 여러 편의 조시와 산문에서 토로한 것을 보아, 그와 동생은 그렇게 다정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애가 깊었던 사이였다. 그 동생이 낯선 나라에 와서 이웃으로 살다가 흑인 강도의 손에 죽었다. 충격도 보통 충격이 아니었다. 시인이 느끼는 슬픔과 애도의 감정에 마침표가 찍힐 리 없었다. 마지막 시행 “어느새 눈이 그치고 바람이 자고 우리가,”에서 마침표 자리에 쉼표가 들어간 것은 그래서였다. 시인의 말을 옮기면 그것은 “언젠가는 죽어서라도 동생과의 관계를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온 것이었다. 그리움의 쉼표라고나 할까.

 그 쉼표를 더욱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증오와 복수심의 부재다. 시인은 범인에게 사형이 선고된 것을 알고 동생의 아들, 즉 조카와 함께 사형 집행에 반대한다는 의견서를 미국 법원에 냈다. 거창하게 인도주의를 실천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은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의 권한”이라고 믿기 때문이었다. 그의 몫은 증오나 복수가 아니라 쉼표로 이어가는 그리움의 감정이었고, 삶이 다하면 그리움의 대상인 동생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었다. 그래서 마침표 자리에 들어간 쉼표는 그리움과 희망의 쉼표였다.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