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한국문학관 건립 부지로 서울 은평구 기자촌 근린공원을 선정했다고 8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혔다. 최종 후보지로 △옛 서울역사인 서울 중구 문화역서울284 △경기 파주시 출판단지 부지 △파주시 헤이리 부지도 올랐지만 접근성, 국제교류 가능성 등을 고려해 기자촌 근린공원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3년 가까이 끌어온 한국문학관 부지 선정 논란이 일단락됐다. 문체부는 2016년 부지 공모를 했지만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과열되자 중단했다.
2022년 개관을 목표로 608억 원을 들여 연면적 1만4000m² 규모로 짓는 한국문학관에는 수장고 및 보존·복원시설, 전시관, 교육 및 연구시설, 열람실, 공연장, 편의시설 등이 들어선다. 문체부는 대표적인 서지학자이자 문학 자료 소장가인 고 하동호 공주대 교수가 모은 도서 3만3000여 점과 유물 100여 점을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유물에는 채만식의 소설 ‘탁류’ 초판본(국내 유일본),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초판본, 한설야의 소설 ‘탑’ 초판본 등 가치가 높은 자료가 여럿 포함됐다.
기자촌 근린공원이 선정됐지만 접근성과 상징성 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염무웅 국립한국문학관 설립추진위원회 위원장조차 사견임을 전제하면서도 당초 선정했던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부지가 서울시의 반대로 무산된 데 아쉬움을 나타냈다. 염 위원장은 이날 “현실의 벽을 넘지 못했다. 용산 부지는 구체적인 활용 계획이 나오지 않아 한국문학관을 짓는 데 5년이 걸릴지 10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한국문학관 건립이 오랜 기간 표류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시영 부위원장도 “좋은 위치인 용산을 선정하기 위해 각 부처에 요청했고, 대통령 면담도 여러 차례 신청했지만 이뤄지지 못했다”며 “기자촌 부지는 성에 차지 않지만 이렇게라도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손효림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