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 정우영(바이에른 뮌헨)이 ‘꿈의 무대’라 불리는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에 처음으로 뛰어들었다. 세계적인 축구 클럽 뮌헨에서 치른 자신의 1군 데뷔전이기도 했다.
정우영은 28일 안방인 독일 바이에른 푸스발 아레나에서 열린 벤피카(포르투갈)와의 UCL E조 조별리그 5차전에 교체 출전했다. 팀이 5-1로 앞서던 후반 36분 토마스 뮐러와 교체돼 팀의 승리를 거들었다.
이로써 정우영은 설기현 송종국 이천수 박지성 이영표 박주호 박주영 손흥민에 이어 9번째로 UCL 무대를 밟은 한국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손흥민이 갖고 있던 한국 선수 UCL 최연소 데뷔 기록 21세를 2년이나 앞당겼다.
주로 측면 공격수로 뛰는 정우영은 양발잡이인 데다 돌파력이 좋고 성실한 태도까지 갖춰 한국 축구의 유망주로 손꼽힌다. 유럽 무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체격을 늘려 몸싸움 능력을 키워야 하는 건 과제다.
경기 뒤 정우영은 “전혀 예상치 못한 출전이었다. 꿈에서만 그리던 UCL 무대를 밟아 그저 기쁠 뿐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우영은 인천 유나이티드 유스팀인 대건고에 재학 중이던 지난해 6월 뮌헨과 4년 6개월 계약을 맺었다. 한국 선수 최초로 뮌헨 유니폼을 입게 된 그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만 18세 미만 선수의 이적을 금지하는 규정에 따라 올해 1월에야 뮌헨 19세 이하(U-19) 팀에 합류했다. 7월 초 2군 데뷔전에서 멀티골을 올린 뒤 하반기 1, 2군 팀을 오가며 훈련을 병행해왔다.
그의 에이전트인 김홍근 HK스포츠매니지먼트 대표는 “평소 (정)우영이를 잘 챙기는 요주아 키미히를 비롯해 뮌헨 동료들이 너도나도 데뷔전을 축하해줘서 감사했다고 전했다”며 “구단의 지원으로 독일어를 배우며 현지 적응도 어느 정도 돼 가는 상황에서 좋은 기회를 얻어 더 의욕이 넘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축구 팬의 관심도 더 뜨겁게 됐다. 뮌헨은 최근 6시즌 연속 우승을 포함해 분데스리가에서 28회 정상을 밟은 독일 최고의 축구클럽. UCL에서도 5번 정상을 밟아 레알마드리드, 바르셀로나(이상 스페인)와 함께 세계 3대 축구 클럽으로 손꼽힌다. 아르연 로번(34·네덜란드), 프랑크 리베리(35·프랑스),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0·폴란드) 등 주축 선수들이 30대에 접어들어 팀 안팎에서 세대교체 요구가 커지고 있어 향후 정우영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지리란 기대감이 커진다.
한준희 KBSN 해설위원은 “뮌헨의 포지션 경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이제 막 데뷔전을 치른 정우영의 미래를 평가하긴 이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도 한 위원은 “인천 유스 후배인 이강인(17·발렌시아)이 ‘천재’라면 정우영은 재능과 성실함이 적절히 조합된 선수다. 활동량도 좋고 동료와의 연계 플레이도 뛰어나다”며 “또한 언제나 UCL 왕좌를 노리는 뮌헨에서 경기를 치렀다는 것만으로도 한국 축구계에 귀중한 자산이다”고 평가했다.
김재형 monami@donga.com